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영·민영·상업방송의 정체성

유삼렬 한국 케이블TV협회장

과거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로 존재해온 방송에 대한 일반적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공공자산인 주파수 사용에 대한 특혜를 주는 대신 공영성을 의무로 부여받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금 공영이냐 민영이냐 상업이냐의 정체성을 놓고 갈 길 몰라 한다. 이를 규정해야 할 방송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역시 여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유료방송을 처음 개척한 케이블TV를 위시해 디지털방송으로 첫 전파를 쏴올린 위성방송이 새롭게 상업방송에 합류한 지 3년이 지났다. 뿐만 아니다. 이제 유료방송시장은 거대 통신사업자의 새로운 수익창출의 목표로 설정돼 있다. 이동 멀티미디어방송이라는 DMB방송에는 SK텔레콤이 위성DMB사업자로 나서고 있고 KTF는 지상파DMB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야흐로 방송이 하나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형상인 것이다. 여기에 공영방송ㆍ민영방송들도 케이블TV시장에 이미 거대 MPP로 등장해 있고 여기에 따른 진입규제도 없다. 현황이 이러한데 정부의 관련 규제법규나 일반인들의 인식 속의 방송은 여전히 하나의 범주 안에 묶여 논의되는 경우가 흔하다.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에 지상파와 맞먹는 내용심의를 요구한다든지 공영방송의 유료시장 진ㆍ출입에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는 예 등이 그렇다. 거기에다 독과점에 따른 불공정 행위만을 규제받아온 통신사업자의 방송산업 진출로 방송계는 규정적용에 있어 불균형과 비합리적인 모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안이 속출하고 있다. 가칭 ‘방송통신융합위원회’의 설립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개념의 혼란 때문에 일어난 불란으로 방송위원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상파의 난시청 해소와 시청자 권리를 위해 지상파의 위성방송 재송신을 허용할 방침인 것이 알려지면서 케이블TV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과거 지상파의 재전송만을 위한 중계유선의 역무를 그대로 위임받은 사업자인데다 권역 내 재송신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지상파 독과점현상을 더욱 확대할 염려가 없는 지역방송사다. 지금도 지역 케이블TV가 송출을 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지상파 지역방송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전송은 자칫 중앙 지상파의 전국 방송화로 이어져 지역방송의 존립기반을 잃게 만들 우려가 있다. 반대명분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상파의 난시청 해소는 지상파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명제다. 지상파는 공공자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특혜뿐 아니라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한 광고시장의 독점을 누리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의 난시청 해소는 유료방송이 해야 할 몫이 아닐 뿐더러 가입자 역시 무료로 제공받아야 할 지상파 콘텐츠를 유료방송을 통해 제공받기를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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