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압수사' 고교생 살해혐의 무죄

재판부 "경찰 폭력 인정돼 관련자 진술 신빙성 없다"

같은 학교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죽인 혐의로지난해 구속기소됐던 고교생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돼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나 `강압수사'에 따른 파문이 예상된다. 이 고교생의 변호인과 가족은 경찰의 폭행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경찰은 가혹행위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 진실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26일 "자신을 혼내주려고 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한밤중에 길에서 학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김모(17)군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과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정모(17)군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며 진술 시점마다 바뀌고 객관적 상황에도 부합하지 않아 증거로서 인정할 수 없으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서 피고인 지문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사실 등으로 미뤄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명의 남자가 사건 현장에서 숨진 한모(당시 16세)군을 쫓아가는 것을 봤다는 주유소 직원이 김군을 범인으로 특정한 것에 대해 "경찰이 피고인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 여러 명을 대면시키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고인 혼자만 수갑을 채워 경찰서 앞에 서있게 한 뒤 지목하게 했으므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숨진 학생의 112 신고 음성에 대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결과 녹음 내용 중 피고인 김군의 이름을 지칭하는 발음이 나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조서 중 진술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김군이 경찰 조사 도중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조사관으로부터 뺨을 5~6대 맞은 사실이 인정되며, 증인으로 나선 동급생 신모(17)군도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린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엎드려뻗쳐'를 하고 1~2대씩 3차례 맞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군의 가족과 변호인은 "경찰이 폭행과 위협을 일삼은 강압수사로 죄 없는 미성년자를 살인자로 몰아 1년 동안 구치소에 있게 했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김모(40)씨는 "처음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아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자백하고 `엄마, 사람들이 다 나보고 했대. 내가 그랬나 봐'라고 자포자기한 듯 말해 억장이 무너졌다. 경찰이 수사준칙을 지키지 않고 아들을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1심 판결 결과일 뿐이고 판사가 일방적인 피고인 진술만 원용했다고 본다"며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광진경찰서는 이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이 피고인과 증인에게 가혹행위를 했는지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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