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의 현황과 사례/실버타운

◎“노인 50명당 1개 복지시설” 청사진/의료비 10% 「신골드플랜」에 투입/2003년까지 전국에 5만곳 건설/“실버산업 시장규모 2000년 81조엔”/생명·손해보험사들 참여 잇따라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은퇴」. 닥아오는 21세기에는 은퇴이후 대비 여하에 따라 「은퇴생활=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느냐 아니면 「비참한 노후」를 보내느냐가 결정된다. 우리사회가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징후들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평균수명은 70년 63.2세에서 90년 71.6세로 늘었다. 2000년에는 74.9세에 달할 전망이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출산율 감소 등으로 노인인구 비중이 95년 5.9%에서 2000년에는 7.1% 그리고 2020년에는 13.2%로 예상되고 있다. UN은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7%를 넘는 사회를「고령화사회」라고 규정, 우리도 고령화사회로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타 어느 국가 보다 훨씬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이양중이다. 노인인구 7%가 14%로 증가하는데 소요기간이 프랑스 1백15년, 스웨덴 85년 그리고 미국이 75년이었는데 반해 우리는 불과 25년.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의 노령층을 겨냥한 실버산업 특히 이웃과 더불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노인복지시설 즉 실버타운이 미래산업으로 꼽힌다. 삼성과 대우 등 재벌그룹과 민간기업, 종교단체 그리고 사회복지재단 등이 2000년 전후 개원을 목표로 실버타운 건설을 서두르고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우리 보다 30여년 앞서 고령화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실버타운 현황과 현재 국내에서 건립중인 주요 실버타운들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오사카·도쿄=신정섭 특파원】 지금 일본 실버타운을 비롯한 노인복지정책은 제 2의 변혁기. 93년부터 후생성이 추진해오고 있는「고령복지 10개년 전략사업」이 핵심이다. 지난 95년 1차 수정을 거쳐, 오는 2003년까지 마무리 지을 목표로 추진중인 이 사업은 일명「신골드플랜」으로 불린다. 이 플랜의 핵심은 의료비 10%를 삭감해 노인복지사업에 투자하는 것. 일본의 사회보장 예산은 연간 70조엔으로 절반은 연금으로 지출되고 40%는 의료비다. 나머지 10%가 좁은 의미의 사회복지예산인데 이중 의료비에서 10%를 줄이고 대신 이 10%를 곧바로 신골드플랜에 쏟겠다는 것이다. 이 플랜이 마무리 되는 2003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50명당 1개 시설이 갖춰진다. 일본 전역 중학교 보다 5배 정도가 많은 5만여개소 정도의 노인복지시설을 갖게 된다고 후생성 관계자는 밝혔다. 이를위해 「특별양호노인홈」과 의료법에 따른 노인복지시설인「노인보건시설」을 새로 설립하는 한편「케어홈」과 「고령자생활복지홈」 등 4개의 새로운 실버타운이 조성된다. 일본 경제기획청 조사에 따르면 실버산업 시장규모는 85년 22조엔에서 2000년에는 81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중에서 특히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의 실버타운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새로운 복합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몇몇 실버타운을 찾아봤다. ○고베시서 설립 시민들 지원 ▷시아와세노 무라◁ 오카모토 시게코 할머니의 나이는 80∼85세 사이. 정확한 나이는 본인도 모른다. 일본 고베시 북쪽 외곽의 「시아와세노 무라(행촌)」의 치매노인 전용시설에 사는 할머니는 동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대화하고 놀 때가 가장 즐겁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대표적인 이 실버타운내 신코엔(신항원)이란 데이케어센터 입소 후『모두가 도와줘 안정됐다』고 말했다. 이 실버타운은 고베시가 설립해 운영중이다. 고령자와 심신 장애자 등을 대상으로 간병·보호·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민들과 교류를 통해 자립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있었다. 입주민들의 자립, 가족과 지역사회의 연대를 강조하는 이 실버타운은 지난해 내방객을 포함한 이용자가 2백만명에 달해 고베시 인구와 맞먹는다고 운영주체인 재단법인 고베시민복지진흥회측 관계자는 전했다. ○철저한 건강서비스 역점 ▷나라에덴원◁ 일본생명 창립 1백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후생성 「고향 21 건강장수마을 조성사업(Well Aging Community Plan)」의 1호 사업으로 착수됐던 실버타운. 이곳에는 전용거실 3백62세대와 개호거실 29실로 구성, 건강증진을 위해 건강증진­질병예방­조기발견­조기치료­재활­종신 개호의 철저한 시스템의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유층 노인 위한 고급맨션 ▷세이로카 레지덴스◁ 시아와세노 무라와 나라에덴원이 서민용 실버타운이라면 도쿄시내 세이로카(성로가) 레지덴스는 도시부유층 노인들을 위한 고급맨션. 지하 3층 지상 38층의 이 실버맨션은 호텔급 주거공간에 간호사가 24시간 교대로 대기하는 내과·신경외과 클리닉에 치매와 스포츠센터, 레스토랑, 파티장 등을 구비하고 있다. 분양면적 27평 짜리가 16년간 상각되는 1억8천2백만엔에 보증금 4천8백만엔을 포함, 평균가격이 2억3천만엔에 달하는 세이로카 레지덴스는 도쿄역에서 버스로 10분, 긴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이곳은 월세로 따질 경우 월 90만엔에 상당해 주변 아파트의 30만∼40만엔과 비교된다. 지난 94년 개원했으나 총 1백75가구중 40가구가 미분양된 상태였다. ◎인터뷰/오사카서 실버타운 운영 「고향의집」 윤기 이사장/“온돌방·김치 있는 곳서 교포 노인 편안한 노후 도쿄에도 땅 이미 매입 내년중에 착공할 계획” 『평생을 타국에서 핍박과 서러움 속에 살아온 우리 재일교포 노인들이 말년이나마 한국어로 말하며 온돌방과 김치가 있는 고향 분위기속에서 편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내 부모님을 모신다는 생각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94년 일본 내에서 제일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에 우리교포 노인들만을 위한 실버타운 「고향의 집」을 운영해오고 있는 윤기 이사장(50)의 말이다. 『그동안 외국인라고 하여 우리 재일교포 노인들은 몸이 아프고 외로워도 일본인들의 실버타운에 입소할 수 없는 소외된 삶을 살아왔다』고 밝힌 윤이사장은 『한국말을 하면서 김치를 들 수 있는 이 곳을 입소노인들은 바로 고향집처럼 여긴다』고 자랑했다. 고향의 집에 입소해 있는 재일교포 노인들은 총 80명. 입소자들의 평균연령이 75세인 이곳에는 제주도와 경상도 출신이 73명으로 90%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가 심신이 부자유해 자립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 재택개호가 불가능한 재일교포들이다. 윤이사장은 『지금 이곳에 입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재일교포 노인들이 1백50명에 달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시설을 확충하든지 다른 곳에 새로운 시설을 하나 더 지어 이들 노인들을 편안히 모실 수 있었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고 말한다. 그는 『도쿄에도 고향의 집과 같은 재일교포를 위한 실버타운 건설을 위해 벌써 부지를 매입했고 공사비 마련을 위해 각종 모금활동을 펴 내년중에는 반드시 착공토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0년째 사회복지사업에 진력해 오고 있는 윤이사장은 국내에도 목포에 아동 및 부랑아 보호시설인 목포공생원과 서울에 한남여자 및 상계직업전문학교 그리고 제주정시요양원 등을 운영중인 한국사회복지사의 산증인이다. 『국내는 삼성이나 대우그룹과 같은 대기업 및 민간업자들의 실버타운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저는 타국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교포들의 안식처를 제공하는데 모든 것을 다 바칠 각오』라고 그는 말을 맺는다.<오사카=신정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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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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