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에 힘입어 산업생산은 크게 늘었으나 도ㆍ소매판매는 4년9개월만에 가장 크게 줄어드는 등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3개월째 호전되던 경기선행지표의 상승세가 다시 꺾여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보다 6.6%가 증가해 지난 6월 이후 최고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8.7% 로 8월에 비해 2.2% 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용 출하가 전년동월보다 14.3%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추석연휴 특수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에 비해 3.0% 줄어 지난 98년12월(-3.5%)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도소매판매는 7개월째 감소해 내수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자동차 및 연료판매액이 8.6% 줄어든 가운데 특히 백화점 판매액은 무려 14.0%나 줄어 극심한 소비위축 현상을 반영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경기침체 지속으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탓에 백화점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조차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부진의 영향으로 내수용 소비재출하는 6.2%나 줄어 도ㆍ소매 판매액 감소 폭에 비해 두 배를 웃돌았으며 승용차, 정수기, 냉장고의 소비부진으로 내구 소비재 출하는 8.2%나 줄었다.
이 같은 수출과 내수의 극명한 대조는 중공업과 경공업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수출주력인 반도체ㆍ자동차 등 중공업의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10.8%나 증가했지만 경공업은 6.3% 감소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2.3% 감소했고 건설 기성액만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 실적이 늘어나며 13.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현재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3 포인트 오른 99.2로 지난 5월이후 가장 높았으나, 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져 4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실과 비자금수사에 따른 정국불안 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수출호조, 내수침체의 절름발이 경제성장구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나 돼야 소비가 차츰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