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무역·금융거래 사실상 차단…향후 韓·중동관계 악영향 우려

[정부, 이란제재]<br>멜라트銀 거래기능 상실 원화결제 가능성도 희박<br>정부 "독자적 조치" 불구 "美에 끌려다녔다" 비판도

정부의 대이란 제재 방안이 발표된 8일 금융거래 제재대상에 포함된 서울 대치동 멜라트은행 직원이 사무실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취재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흥수기자



정부는 8일 발표한 대이란 제재조치는 우리나라가 이란과의 무역 및 금융거래를 사실상 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이란 금융거래시 철저한 사전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공식 조치이지만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란과의 금융거래는) 굉장히 엄격히 들여다 볼 것이기 때문에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은행에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 개설 조치를 밝혔지만 향후 이란의 반발을 감안하면 조치가 실효성을 가질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결국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따른 것에 불과해 향후 중동지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사실상 '폐쇄'=정부의 대이란 재제조치 핵심은 금융거래다. 돈줄을 틀어막아 이란과의 경제관계를 사실상 끊겠다는 방침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정부는 이란 멜라트은행, 이란국영해운회사 등 102개 단체 및 24개 개인을 금융제재 대상자로 지정하고 이들과 외국환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한국은행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이란내 제재 대상자와 거래를 한 것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항으로 판단돼 최대 2개월 업무정지의 중징계가 가해질 방침이다. 임 차관은 이와 관련, "제3국 영업은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고 징계가 끝나도 모든 거래가 허가대상이기 때문에 2개월간 영업정지로 사실상 거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은행과 이란은행과의 코레스관계 신설도 불허되고 이미 맺어진 코레스관계 역시 단계적으로 종료된다. 석유ㆍ가스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도 금지돼 플랜트와 조선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대이란 투자에 및 건설활동 가이드라인도 발표됐다. 투자는 2,000만달러 이상, 수주는 100만달러 이상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규모로 볼 때 사실상 신규투자 및 수주는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한ㆍ이란 원화결제 추진…가능성 희박=정부는 국내 수출업체의 대이란 대금결제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양국간 원화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은행에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개설해 대이란 수출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업체의 대금결제가 해외법인을 거치지 않게 되고 이란은 원화를 갖고 있다가 자국업체의 대한국 수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금융권과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정부는 일본이 이란중앙은행에 엔화계좌를 튼 사례를 들고 있지만 국제통화인 엔화와 나라 밖에서는 사실상 화폐의 기능이 없는 원화와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대이란 경제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이란이 수입대금을 원화로 받을 가능성도 없을 뿐더러 설사 무역거래를 한다고 해도 당장 우리나라 업체들이 결제통화로 원화보다 달러나 유로, 엔화를 선호하는 현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이란 제재 자주적 조치인가=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북한 핵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국제적인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유엔 조치에 앞서 미국의 압박으로 시작됐다는 점은 두고두고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북제재 등 유사한 경우가 발생했을 때 이번 대이란 제재가 선례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미국 측과만 협의된 채 이란과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천영우 외교2차관의 방미를 통해 우리 대표단이 미국 정부와 협의를 했지만 이란에는 제재 발표 당일 외교경로를 통한 공식 통보를 하는 데 그쳤다. 이란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조치를 발표할 때 우리로서는 쓸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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