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비아 반군 트리폴리 장악] '포스트 카다피' 체제… 美·유럽 등 '입김' 거세질듯

■각국 반응·입장<br>카다피 옹호하던 中도 암암리 반군 지원 나서

지난 42년간 리비아를 손아귀에 장악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은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향후 리비아 정권이 성공리에 이양되기까지는 일단 지금까지 카다피 축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벌여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유엔이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사작전을 통한 카다피 축출이라는 목표가 달성된 후에는 나토 회원국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반(反)카다피' 여론몰이를 주도해온 미국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리비아는 물론 북아프리카ㆍ중동 지역에서의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당초 나토의 군사개입을 비난하며 카다피 정권을 옹호하던 중국도 최근 '인도주의적 원조'라는 명분으로 반군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등 산유국 리비아에서의 직ㆍ간접적 이권을 노린 각국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가 "리비아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이양작업을 통해 국가를 이끄는 리더십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미국)는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반군의 트리폴리 함락작전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으며 백악관은 반군 지도자들과 실시간으로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올봄 나토의 리비아 공습 단행을 앞두고 나토에 작전지휘권을 넘겨주는 등 군사개입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토의 주도국으로서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서 단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사태에 대해 시종일관 반정부 편에서 강경 노선을 걸어왔던 프랑스의 입김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먼저 리비아 반군세력을 합법적 정부로 인정한 데 이어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합의와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에서도 총대를 메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도 "반군과 국민들의 용기에 경례를 표한다"며 반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프랑스 전통적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 정치적 모험을 감행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향후 리비아에서 그동안 뿌린 씨를 어떻게 거둘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리비아와 깊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의 행보가 리비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리비아의 정유ㆍ통신ㆍ철도 등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 오며 카다피 정권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이어왔던 중국은 전세가 반군 쪽으로 확실하기 기운 뒤부터 '포스트 카다피'에 대비해 반군과의 접촉을 가지며 암암리에 지원을 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반군에 쌀과 식용유ㆍ의약품 등 5,000만위안(84억원 상당) 규모의 원조물자를 보내 사실상 반군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중국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반군 승리에 대비한 사전 지원작업을 토대로 새 정권에서 영향력을 더욱 높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NTC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카다피 정권과 체결한 모든 계약을 존중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리비아에 복귀해 재건사업에 참여해줄 것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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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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