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SC은행 또 대규모 조직개편 소용돌이

■1300명 일괄 조직개편 후폭풍<br>2차 본점 슬림화 통한 소매금융 세일즈 확충<br>과도한 실적 지상주의… 총파업 1년 만에 몸살


SC은행 본점 소속 A부서는 최근 부서원 송별회를 열었다. 전체 부원이 채 10명이 안 되는 이 부서는 인사부로부터 3~4명을 다른 부서로 전출시켜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송별회 분위기는 차가웠다. 무엇보다 사측이 의무 방출 인력을 할당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었다. 실제 인사발표가 나기 전에 송별회를 한다는 사실 자체도 씁쓸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은행 전체를 관통하는 과도한 실적 지상주의였다.


SC은행이 임직원 1,350여명이 포함된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과도한 실적 압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무려 3개월 동안 총파업을 단행하고 임원들이 무더기로 은행은 떠난 지 1년여 만에 다시 한번 사실상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 셈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은행은 지난 23일 총 1,350여명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조직개편 및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지난해 11월에 나왔던 본점 조직재편 및 슬림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2차 본점 슬림화인 셈이다.

이번 조치의 방점은 세일즈 인력, 그 중에서도 소매금융 세일즈 확충에 찍혀 있다.


은행은 그동안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을 대상으로 경고ㆍ견책ㆍ감봉 등의 조치를 취하는 성과향상프로그램을 도입해 노사갈등을 빚어왔다. 직원들은 이번 조직개편도 성과 지상주의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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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의 전략은 돈이 되는 소매금융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이라며 "은행의 공공성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C은행은 본점 부서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많은 인력을 세일즈 부서로 배치했다. 각 지역 영업점 직원에 대해서는 다른 영업점으로의 대규모 전보조치를 실시했다. 분위기 쇄신을 통해 실적향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인사고과와 부서평가 순위가 선정기준이 됐는데 대표적인 예로 비용 대비 수익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중소기업 영업부서의 경우 많은 인력이 영업점으로 발령이 났다.

은행은 또한 인사고과에서 하위등급에 머문 직원들은 잉여인력으로 판단해 다이렉트 뱅킹 부서로 이동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 세 곳에 불과했던 허브센터는 이번주에 두 곳이 추가 개설돼 총 다섯 곳으로 확대된다. 허브센터는 은행의 다이렉트 세일즈 인력이 머무는 지역 사무소다.

일련의 조치에는 안정적인 돈벌이 수단인 소매금융에 주력하겠다는 은행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은행 내부 직원들은 바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C은행 직원들의 실적 스트레스가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C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6월 발생했던 지점장 투신자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SC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조모씨는 '실적 스트레스 때문에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SC은행의 한 노조원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실적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나온 조직개편이라 직원들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다른 것 같다"며 "올해 말 또 한번의 조직개편이 있다는데 직원 사기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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