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통방 융합시대의 공익성과 전자낙원

케네디 행정부 시절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뉴턴 미노는 당시 미국의 방송을 ‘거대한 황무지’(Vast Wasteland)에 비유했다. 상업적 프로그램의 만연을 비판하면서 공익 우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새로운 기술 발달에 따라 방송ㆍ통신 융합이 진전되면서 방송의 공익성은 또다시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역사적으로 방송의 공익성 의무는 희소한 공공재로서의 주파수를 방송사가 수탁해 사용하는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아울러 유일무이한 매체로서의 지상파 방송이 수용자에 대해 강력한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그간의 역사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이제 그 역사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등장하면서 지상파 방송은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독보적 매체로서의 위용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나아가 방송ㆍ통신 융합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디지털 방송,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TV(IPTV)와 같은 신규 서비스의 등장은 다매체ㆍ다채널 시대의 도래를 실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양방향 기술의 발달은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접근을 가능하게 하면서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방송ㆍ통신 융합기술이 인류에게 안겨줄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종 비효율적 규제의 폐지 및 완화를 통한 서비스간 경쟁 활성화와 신규 서비스 개발,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유인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나아가 이용자 선택권의 확대를 통해 수용자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다. 궁극적으로 잡초 하나 자라지 않던 황무지를 개간해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지닌 나무와 화초를 길러내 곁에 두고 언제 어디서나 물도 주고 감상도 할 수 있는 ‘전자낙원’(electronic garden)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방송 규제와 관련한 기술적ㆍ사회적 조건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변화된 환경에 걸맞은 방송 공익성 개념의 재정립 또한 필요하다. 방송ㆍ통신 융합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직면해 메마른 황무지를 풍요로운 전자낙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의 당위를 수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방송 공익성의 방향과 실천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과거의 틀과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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