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 「국제환율·금융시장」 세미나

전경련이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한 「국제환율 및 금융시장동향과 전망」세미나가 10일 전경련회관에서 기업 및 정부관계자 등 2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임스 루니 쌍룡템플턴 사장은 「국제환율 동향과 전망」, 장기종 홍콩페레그린증권상무는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전망」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루니사장과 장상무의 주제발표문을 요약해 소개한다.<편집자주>◎국제환율 동향과 전망/원화가치 상승세 지속될 것/구조조정과정 적정환율 유지 중요/미 시장 점유율 현수준 방어 노력을/제임스 루니 쌍룡템플턴 사장 환율은 경제의 기초를 반영한다. 경제의 기초적인 요인들이 장기적인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국경제는 매년 15%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 가운데 어느 나라도 이같은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직 대만만이 이에 상당하는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고, 세계시장 특히 미국에서의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난 6년간 조선·철강 등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고부가가치상품의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5년전 미국에는 한국산 컴퓨터가 없었다. 이제 세계의 컴퓨터모니터는 한국업체가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비단 가격이 싸기 때문은 아니다. 2년전 한국제 모니터를 사용했는데 그때까지 사용한 그 어느 제품보다 우수했다. 한국은 반도체·모니터·승용차 등 고부가가치상품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한국산 자동차는 최근 일본차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혼다의 「어코드」와 현대의 「쏘나타」를 비교할 경우 95년 어코드는 1만5천달러, 쏘나타는 1만3천5백달러에 팔렸다. 그후 어코드는 가격이 약간 오르고 쏘나타는 떨어지면서 현대차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올들어 어코드의 가격이 1%인상된 것에 비해 쏘나타는 8%가 올라 모두 1만5천달러선에서 비슷하게 팔리고 있다. 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지난 2년간 15%상승했지만 현대는 자동차가격을 8%나 올린 것이다. 반면 일본은 환율상승을 이용해 미국에서 자국상품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의 자동차업계는 지난 95∼96년 미국시장점유율 20.8%를 유지했다. 올들어 2%포인트가 늘어났다. 한국차업계는 이 기간동안 시장점유율이 매년 2∼3%포인트씩 떨어졌다. 한국기업의 이런 문제는 고비용과 비효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가격경쟁력은 상당히 잠식당했다. 이 문제는 구조적이고 경영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장기적으론 치유될 것이다. 하지만 그 비용은 상당히 클 것이다. 미국기업들도 70년대에 이러한 문제점을 안게 됐고, 80년대들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90년대들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조정과정에서 적정환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96년 이후 한국의 환율상승은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도 환율상승이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기업의 브랜드네임과 프랜차이즈는 한국기업이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렇다고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국시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시장을 포기하고 개도국시장만을 개척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달러가치는 원화 뿐만 아니라 엔과 마르크에 대해서도 올랐다. 이는 미국의 투자유인에 의한 것이지만 앞으로는 다우지수가 경제사정을 따라감에 따라 달러의 추가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이다. 자국의 환율을 유지하여 통화를 고평가시키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모든 기업은 환율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엔화가 달러당 1백10∼1백20엔 사이에서 어디에 있을 것인가는 문제가 있다. 현재로서 정확한 처방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환율이 1천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이를 대비해야 한다. 기업의 내부적인 구조조정이 중요하지만 미국의 경우 10년이 걸렸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고통을 더는데는 환율의 변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원화환율이 부드럽게 상승토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전망/한국기업 국제화 시급하다/향후 1∼2년 유동성 불안지속 전망/경쟁력 위해 구조재구축 작업 필요/장기종 홍콩페레그린증권 상무 한국은 구조적으로 수입이 많고 자금을 많이 빌려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은 빌리려는 수요는 많아도 빌려주려는 자금이 없다. 빌려야 되는 돈과 빌릴 수 있는 돈과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기아·대농·진로 등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재경원에서 정크마케트(부실증권 인수자금)를 만들어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정크마케트를 만든다고 해도 실제유통까지는 2년이상이 걸릴 것이다. 심각한 유동성부족현상과 함께 우리기업들의 신용이 완전히 양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회사는 15%의 금리로 돈을 빌리고, 어떤 회사는 9% 이자율로 빌리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경제를 선진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홍콩에서 시장위험(마케트 리스크)과 신용위험(크레디트 리스크)을 담당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등 아시아권 금융시장은 앞으로 1∼2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따라 홍콩의 많은 기업들은 구조재구축을 끝낸 상태다. 한국기업도 구조재구축을 하고 있다. 우리경제는 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리경제를 태국경제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태국이 위기상황을 맞이한 근본원인은 수출 감소 때문이다. 경제를 너무 일찍 개방해 외국인투자가 증가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무엇보다 수출의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우리 경제 역시 수출지향적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기업은 국제화가 안 돼있다. 현재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원선까지 올라가고 있다. 내년께 최악의 경우 1천1백원까지 오르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6개월내지 1∼2년이내에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기업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의 밑바탕에는 한국금융기관들의 행동양식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일찍부터 유동성위기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차입도 미달러 일변도에서 중국 인민폐비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영향력으로 아시아권이 달러 일변도였지만 경제변화에 따라 중국 인민폐비변화가 국내경제를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국기업은 변동금리로 차입하는 경향이 짙으나 지금은 고정금리로 바꿔야할 때다. 앞으로 시장상황을 전망하면 홍콩시장에서 독일 마르크화는 곧 달러당 2마르크에 이를 것이다. 일본엔화는 1백20엔까지 떨어질 수 있으나 아시아에서의 경제적 위치, 이미 5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여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조만간 강세기조로 돌아서 1백엔대가 될 것이다. 원화환율은 수출이 좌우할 것이다. 수출이 잘되면 원화방어력이 생길 것이다. 지역적으로 볼 때 동남아시아는 환율의 약세로 경쟁력이 없으며 미국·유럽시장 역시 좋지 않다. 게다가 주식시장에 외국자본이 1백90억달러 가량 들어와 있는데 환율이 약세가 되면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다. 우리의 회사채금리는 달러가 부족할 경우 원화와 직접 연동되어 원화유동성 문제가 회사채금리에 영향을 줄 것이다. 또 오는 99년에 회사채시장이 개방돼 외국자본이 진입하면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회사채시장이 개방되는 시점에 회사채금리는 외국인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우리기업은 양키마케트에서 차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앞으로 3∼5년에 걸쳐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채비율이 높으면 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정리=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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