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전 비리 수사, 건전한 생태계 조성 발판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최근 요르단원자력규제위원회(JNRC)로부터 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원자력 기술이 국제적 안전성 기준에 부합함을 인정받은 셈이다. 원전 건설 및 설비ㆍ부품 납품을 둘러싼 비리로 한국 원전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연구용이기는 하지만 이런 성과를 거뒀다니 반갑다. 정부와 원자력 관련 기관ㆍ업계는 철저한 수사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으로 원전산업의 새살을 돋게 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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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험성적서 조작과 불량부품 납품 문제가 튀어나오자 여름철 전력난과 국제신인도 하락을 감수하고 해당 부품이 설치된 원전의 가동을 정지시켰다. 이런 단호함은 검찰 수사 확대로 이어졌다. 80일간의 검찰 수사로 국내 원전산업계는 방진마스크 등 소모품을 납품하는 개인사업자에서부터 대기업까지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말단직원부터 사장까지 금품 로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한수원과 모회사인 한국전력,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를 승인하는 한국전력기술은 물론 원전 설비ㆍ부품 업체와 시험기관 임직원 등 수십 명을 기소했다. 원전 비리 파문은 정관계 고위인사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번지며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납품업체들의 가격담합 혐의도 포착됐다.

원전 비리 수사는 머잖아 종결될 것이다. 정부는 비리와 원전산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샅샅이 밝히고 엄격한 행정ㆍ사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체계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정 학맥을 중심으로 설비ㆍ부품 제조사와 검증기관ㆍ한전기술ㆍ한수원ㆍ정부기관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전 마피아'의 전횡을 막을 수 있게 시스템을 대수술해야 한다. 한수원이 '갑의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비리의 구조적 토양도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원전산업의 대외신인도를 제자리에 가져다놓고 해외 원전 수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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