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미 원자력협정 새 전략 짜자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벌여온 한국과 미국 정부가 현 협정의 2년 연장을 발표했다. 당초 우리 정부가 목표한 협정의 전향적 개정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협상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한 것은 소득이다.

지난 50년여 동안 한미 양국은 원자력 협력을 포함해서 정치와 경제ㆍ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이처럼 공고한 한미 동맹관계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간단한 사안이 아님을 반증한다. 원자력에 관한 논의는 기술적ㆍ경제적 차원을 넘어 핵확산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어 비단 한미 양국의 협상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와 외교 무대에서 늘 가장 조심스럽고 까다로운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핵확산 우려로 미국서 개정 소극적


현재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쉽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원자력 협력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 한미 원자력협정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소 하나 없던 1970년대 초 맺은 것이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원자력 선진국 반열에 오른 데다 국가 주 에너지원을 원자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로 원자력 발전의 지속적 확대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등 후행 핵주기에 대한 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앞으로 30년여 동안 원자력 이용 확대에 따른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들을 해소하고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까지 담보하기 위한 방안들을 확보하려는 것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바라는 우리 정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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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원자력협정을 핵무기 비확산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농축ㆍ재처리 등 이른바 민감기술 확산을 방지한다는 전략하에서 이번 협상에 임했다. 이러한 양국 간 시각 차이와 더불어 북핵 문제와 국내 일부의 핵주권 주장,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원자력협정 체결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점 등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양 측이 계속 대립해 협정 공백 상태가 발생하면 양국 모두 매우 큰 경제적ㆍ정치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으므로 현 협정의 2년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양국이 현 협정의 2년 연장과 함께 앞으로 협상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기로 하고 3개월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구체적인 일정까지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2010년부터 6차례나 협상을 진행했어도 성과가 없었는데 2년 더 한다 해서 달라질 것이 있느냐고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협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 이용의 새로운 길을 열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지금부터 전혀 새로운 자세로 협상을 펼쳐간다면 한미 양 측이 창조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산업계 공동으로 설득 나서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정부 관계자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협정 개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국내 원자력계도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만 해도 정부와 산업체가 한 몸이 돼서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한 끝에 자국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안정적인 원자력 산업을 이루기 위해 원자력 산업체도 협정 개정을 돕기 위해 발벗고 뛰어주기를 바란다. 2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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