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아직 갈길 멀다"… 변동장세 수개월 갈듯

■ 금융시장 하루만에 다시 '휘청'<br>국내경제 긍정적 펀더멘털 없어 본격 회복세 난망<br>환율, 달러 흐름등 외생변수 따라 당분간 급등락<br>증시도 수급부담·기술적 반등 이어져 변동 커질듯

금융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환율과 주가 모두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진정된 불안심리도 덩달아 춤을 추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금융안정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국제금융시장 불안양상은 계속되고 국내 금융시장에도 여진이 전해질 것이라며 변동성 장세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참여자는 물론 기업ㆍ개인 등 경제주체 모두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연연하지 말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길게 호흡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변동성 수개월 갈 듯=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 정부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ㆍ프레디맥의 공적자금 투입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미 금융안정책은 신용위기의 바닥을 확인해주는 단초를 제공해준 것일 뿐 경기회복의 지렛대는 아니다”라며 “국내로 눈을 돌리면 긍정적 펀더멘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본격적 회복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환경이 좋지 못하고 그간의 변동성도 컸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장세는 앞으로 몇달 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최악의 금융위기는 넘겼지만 여타 금융기관의 어려움까지 구제한 것은 아니다”며 “미 지방은행들의 도산 등에 따른 국지성 위기는 결국 국내 금융시장에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입장이 다르지 않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언제 해소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은 당분간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관계자는 “미 신용위기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정상화는 아직 먼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상황을 길게 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환율 롤러코스터=환율의 변동성은 아찔하다 못해 멀미가 날 정도다. 지난 8월28일 1,081원이었던 환율은 지난주 장중 1,159원까지 솟구쳤다가 8일에는 다시 1,081원40전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재차 1,100원대로 급등했다. 매일 급등락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일 평균 등락폭도 롤러코스터다. 하루 20원 등락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달 들어 8일까지 환율의 변동폭은 하루 평균 29원80전에 이른다. 1ㆍ4분기 평균치가 6원임을 감안하면 약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9월 위기설이 잦아들었지만 달러화 흐름 등 외생변수에 의해 환율의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자산운용사와 역외세력이 모두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는 거래 행태를 보이면서 한달짜리 통화 변동성이 23%에 달했다”며 “당분간 1,080~1,120원의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지만 이를 이탈할 경우 또다시 급격한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종우 이코노미스트는 “9월 은행권의 단기외채 상환액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데다 해외에서 달러 프리미엄이 여전해 환율은 한동안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4ㆍ4분기에 접어들면서 1,100원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고비 넘겼지만 장애물 첩첩산중=미국발 호재와 증시 부양책의 ‘약발’은 길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라는 큰 고비를 어느 정도 넘겼지만 또 다른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첩첩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11일 지수 및 개별종목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가 시장에 수급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동시만기일까지 청산 가능한 매수차익잔액이 1조~2조원 정도로 추산되면서 ‘안도랠리’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차익거래 프로그램 매물이 4거래일째 1조가량 나오면서 청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동시만기일 당일 1조원 정도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장상황으로 보면 큰 충격 없이 소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만기일 이후 프로그램 매수가 활발하지 않을 경우 증시 수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만기일 이후에는 금융위기 해소국면 진입과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세’와 경기 둔화로 인한 ‘주가 하락세’가 맞부딪히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팀장은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융위기에서 둔화되는 글로벌 경기로 쏠리게 될 것”이라며 “이달 말 발표되는 미국 소비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에 따라 증시가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리서치헤드(전무)는 “주가가 반등기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가들이 그동안 공매도(쇼트셀링)했던 물량에 대해 쇼트커버링(환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쇼트커버링이 단기적인 시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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