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칼럼/4월 15일] 어느 고시생의 눈물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중국 여성 Y씨는 얼마 전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며 기자에게 울먹였다. 산둥지역 출신인 그녀는 베이징에 있는 D대학의 법률석사과정에 응시하고 합격을 확신하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학교 측에서 갑자기 선발정원을 당초 발표했던 80명에서 60명으로 줄이면서 뜻밖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시험 성적이 지난해 이 대학의 합격선에 비해 좋았던 Y씨는 석사과정 합격을 낙관하면서 올해 가을로 예고된 사법고시 준비에만 전념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측이 입학공고에서 “학교의 입학규정에 따라 지난해 선발인원과 동일한 80명을 선발할 ‘계획(擬)’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Y씨가 탈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의 대졸 취업상황이 극히 저조해 석사과정 입학정원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진 상황이어서 다른 변수는 없을 것으로 Y씨는 생각했다. 그런데 D대학은 지난 13일 당초 공고와는 달리 법률석사 과정을 60명으로 줄이고 합격선을 340점으로 발표했다. 반면 법률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게 될 신설 ‘법학석사’과정은 정원 100명에 합격선을 315점으로 낮춰 공표했다. 당연히 338점을 얻은 Y씨는 불합격했고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누군가는 D대학 같은 교실, 같은 교수로부터 법률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대학 측에서 정원을 80명으로 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어겼고 동일 학과의 합격선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명백히 상식 밖의 조치로 보인다. 기자가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말했더니 Y씨는 “질 가능성이 99.9%니 소용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중국은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사회기 때문에 불합리한 일이 생기더라도 뒤집히는 일이 거의 없다. 소송에 지게 되면 엄청난 비용을 떠안게 되는데 나만 손해다”고 말했다. Y씨는 또 다른 이유로 입학공고문에 적힌 ‘계획이다(擬)’는 용어를 꼽았다. 이를 근거로 대학 측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계획을 바꿀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상황을 항상 자신에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중국 관료주의의 상투적인 행태가 대학에서도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 D대학의 학사행정이 권력자의 전횡에 따른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일인데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문제다. 중국 정부는 이제 막 ‘중국 인권 행동 계획’을 만들어 소수민족과 여성ㆍ어린이ㆍ노인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보호를 강화하기로 결심하지 않았나. 이제라도 한마디의 억울한 소리부터 귀 기울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