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보기술(IT) 업체 구글의 정치후원금 규모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추월했다. 이는 각종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IT업계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 정치행동위원회(PAC·기업 등 이익집단이 합법적으로 정치지원 활동을 하기 위해 설립하는 조직)인 '넷팩'이 올해 정치후원금으로 143만달러(약 15억원)를 지출했다. 워싱턴 정가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로 유명한 골드만삭스의 정치후원금 규모(140만 달러·약 14억9,000만원)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 2010년 미국 중간선거 당시만 해도 구글이 기부한 정치후원금은 골드만삭스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트위터와 옐프는 각각 지난해 8월과 12월 PAC을 조직하는 등 구글 외 IT업체들도 정치활동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IT·인터넷 업계의 정치후원금 총액은 2,250만달러(약 239억 원)로 늘어났다.
FT는 실리콘밸리가 각종 정책에 입김을 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IT업체들은 세제개편, 외국인 기술인력 고용을 위한 비자 개혁, 정보기관 관리·감독 완화, 새로운 상품·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변화를 원하고 있다.
IT업계가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에 대한 후원을 늘렸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국 정치자금 조사 전문 민간단체인 '반응하는 정치를 위한 센터(CRP)'에 따르면 올해 IT업계의 정치후원금 중 52%가 공화당, 48%가 민주당을 향했다. 공화당은 주로 '친기업' 정책을 펼쳐 IT업계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리드 게일런 공화당 자문위원은 "IT기업 경영진이 사회적 이슈에서 항상 공화당의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적은 규제를 선호하는 공화당의 정책이 이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