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3저 3고 시대, 악어처럼 살아남기


역사적으로 지구의 생명체는 다섯 차례 대규모 멸종을 겪었다. 소행성의 충돌이나 빙하기 같은 엄청난 자연현상 때문에 상당수 생물이 화석이 됐다. 이들 사건으로 생물체가 적을 때는 50%, 많을 때는 95% 이상 사라졌다. 공룡 역시 대멸종 사건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다섯 차례나 들이닥친 대멸종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남은 녀석이 있다. 다름 아닌 바로 악어다.


'살아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를 쓴 서광원 생존경영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악어는 완벽한 생존 조건을 갖췄다. 악어는 우선 가공할 만한 힘을 지녔다. 잠수 실력도 좋아서 한번 물속으로 들어가면 20~30분 정도 꼼짝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악어가 주로 사는 늪은 물이 천천히 흐르는 까닭에 나뭇가지나 부유물이 여기저기 걸려 물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악어들은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막힌 물길을 뚫어 생존에 필요한 산소나 먹잇감을 확보한다. 힘만 셀 것 같은 이 거대한 동물은 강력한 신체와 섬세한 지혜까지 갖춘 덕에 오늘날까지 당당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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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3저(저성장·저금리·저출산) 3고(고령화·고부채·고실업)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환경 변화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계 자산구조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금융자산 비중이 낮고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통계청(2014년5월)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 가운데 금융자산 비중은 34.3%에 불과하다. 일본 60.2%, 미국 70.4%, 유로존 58.3%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자산 편중 때문에 자칫 노후에 돈의 물길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적은 금융자산 비중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현금과 예금, 보험과 연금 등 안전 금융자산 비중이 74.4%에 달한다. 반면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16.7%에 불과해 미국(53.7%)과 대조적이다. 실질 실효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초저금리 시대임을 감안하면 매우 허약한 신체구조를 가진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자산과 노후 생활을 위협하는 '3고 3저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빨리 돈의 물꼬를 트고 허약한 가계 자산구조를 강력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2억년 넘게 살아온 악어가 자신의 터전에 늘 새로운 물이 흐르게 하듯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 이를 멈추고 물이 고이면 우리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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