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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가 떠 있다. 소년은 소와 닭,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까치가 굽어보는 나무 앞을 지난다. 모두들 순수하고 천진한 표정이다. 장욱진(1917~1990)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단순한 표현으로 한국인의 삶과 서정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입가에는 미소가 고인다. '소와 까치'에는 그의 단골 소재들이 두루 등장한다. 그림에서 해와 나무는 세월의 흐름과 자연의 섭리를 떠올리게 한다. 함께 등장하는 아이와 동물은 삶의 즐거움을, 까치는 일상의 소망을 나타낸다. 작가는 작품을 빌려 우리에게 말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삶의 즐거움을 느끼자.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자. 이보다 더 복된 그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