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마이너리그' 전당대회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색색의 형광 가발을 쓴 사람들과 가면을 쓴 사람들이 바삐 돌아다닌다. 막대풍선을 두 손에 든 채 연신 구호를 외쳐댄다. 24일 대구 시민 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첫 번째 비전 발표회 현장이다. 뜨거운 열기에 취해 마치 월드컵 응원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정당이 살아있구나, 한나라당이 살아있구나'라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이 실감났다. 축제 같은 전당대회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누누이 강조해오던 것이기도 하다.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탄핵열풍으로 의석 대부분을 잃었던 지난 2004년만큼 당이 위기에 처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 위치한 이번 전당대회는 중요하다. 전당대회가 얼마나 국민에게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향후 선거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위기에서 꺼내주는 주체도 국민이요, 당장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제가 벌어지는 공간에서 한 발자국 밖으로 걸어나가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시끌벅적하고 떠들썩한 체육관 내부와는 달리 거리에서는 빗방울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비전 발표회가 뭐에요?" 시민체육관에서 한나라당 비전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냐는 기자의 질문에 길을 걷던 여성은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물론 모든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전당대회의 첫 번째 비전 발표회는 아는 국민, 아니 7월4일에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출범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많은 이들이 이번 7∙4 전당대회를 두고 '마이너리그'라고 부른다. 대권∙당권 분리방침에 따라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출마하지 않아서 붙여진 별칭이다. 하지만 비전 발표회를 통해 본 전당대회는 군소후보들이 출마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국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였다. 마이너리그를 만드는 것도 메이저리그를 만드는 것도 결국 한나라당 자신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