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지칠 줄 모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4~5월엔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했고, 최근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현금 시장에 잠겨 있던 거대한 뭉치돈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소식에 대거 유가증권으로 이동하면서 주가를 밀어올리는 일종의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는 16영업일중 14일동안 숨가쁘게 상승했다.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매물이 나올 때가 됐고,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숏세일)를 시도하는데도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뮤추얼 펀드들이 막차를 타지 않겠다며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칩 지수인 다우존스 지수는 12일 현재 9,200 포인트, S&P 500 지수는 1,000 포인트에 근접했다.
뉴욕 증시 상승의 원동력은 투자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주가는 경기 회복에 6개월 앞서 움직이는 선행 지수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살아난다면 지금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위스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이라크전 불확실성으로 1ㆍ4분기 1.9%에 그쳤으나 감세 등에 자극을 받아 오는 4ㆍ4분기에 5.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회복론의 근거는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거시 정책을 총동원, 경기 부양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세금 환급분이 미국 가정에 돌아갈 예정이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중으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러 하락도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금융시장 구조에서도 주가가 상승할 여건이 성숙돼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FRB가 오는 25일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의 미국 콜금리가 1.25%인데 여기에 0.25~0.5% 포인트 더 인하하면 단기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 제로금리에 가깝다. 현금 시장에 대기하고 있던 수조 달러의 방대한 자금이 금리 인하설이 돌면서 빠른 속도로 유가증권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주가 상승에도 불구, 미국 국채(TB)는 물론 정크본드까지 뛰고 있다. 10년만기 TB의 수익률은 45년만에 최저인 3.16%로 떨어졌다.
그러나 주가가 상승할수록 단기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끝난후 미국 경제의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실물 경제 회복이 뒷바침되지 않는 한 주가 상승은 새로운 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