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수료체계 합리화 요구하더니…

카드사 비용 절감 요구 속 이율배반적 행태 도마에

카드사 수수료체계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한쪽에서 카드사 간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여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에 마케팅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카드사의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입찰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ㆍ국방부ㆍ도로공사 등 공공 부문에서 사용되는 유류의 공동구매를 위한 카드사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1개 카드사를 유류구매카드 사업자로 선정해 국고절감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과도한 입찰기준이 문제가 됐다. 조달청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구매카드 사업차 입찰시 포인트 적립율을 최소 1% 이상으로 제시했다. 통상 주유소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1.5%라는 점을 감안할 때 캐시백 1%를 제공하게 되면 카드사가 챙기는 몫은 많아 봤자 0.5%의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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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카드사 관계자는 "조달비용, 대손비용, 밴 수수료 등에 수반되는 비용만해도 1%를 웃돈다"며 "결국 이 사업에 선정된 카드사는 수익이 아닌 외형확대만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유류 결제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대단위 사업이라 카드사들은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라도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 간 과당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에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의 입찰기준이 마케팅비용 증가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의 여파로 일반 고객들의 부가서비스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오히려 1% 이상의 캐시백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며 "경쟁과열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반 고객과 정부를 차별하는 불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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