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러브미 투게더] <3> 식량 주권, 쌀 소비 활성화가 답이다

품질 좋은 쌀 개발해 글로벌 상품화… '식량안보 보루' 지켜야<br>정부, 가공용 쌀 수출·소비 지원책 늘리고<br>일회성 이벤트 벗어나 대대적 캠페인 전개<br>'쌀 디저트' 개발 등 상품 다양화도 급선무


한민족에게 쌀은 예로부터 식량의 의미를 넘어 민족의 얼이 깃든 영물이자 의식주의 기본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오곡 중의 으뜸인 벼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왕들이 선농단에서 제례를 지냈고 명절 차례상에는 반드시 쌀밥을 조상님께 올렸다. 쌀을 재배하는 논 역시 생태계 보전 기능과 환경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경제적 가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쌀을 단순한 주식이기 이전에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식량안보의 보루로 꼽는 이유다.

하지만 대한민국 쌀 산업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식량기업의 공세와 일본·미국 등 선진국의 쌀 수출 강화전략도 우리 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이대로라면 우리 쌀 산업의 주도권을 외국에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쌀 대체재의 다양화로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995년 106.5㎏에서 2005년 80.7㎏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65.1㎏으로 떨어졌다.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쌀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쌀 재배면적 역시 1985년대 123만7,000㏊에서 지난해 81만6,000㏊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쌀 산업의 위기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자 올해를 쌀 소비 활성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쌀 가공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에 착수했다. 오는 2018년까지 쌀 산업 육성책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쌀 산업 발전과 관련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연계해 식량안보의 첨병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 4조1,000억원 규모였던 쌀 가공식품 산업을 2018년까지 5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쌀 가공식품 수출도 6,568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공용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적용해 정보공유와 통계자원도 확충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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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용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지원책도 대폭 강화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략 쌀을 쌀 가공산업과 접목하고 영세한 쌀 가공업체의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간 10톤 이상 쌀을 가공하는 업체에는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를 통한 현장 실무지도와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쌀 가공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책이 안착하면 가공용 쌀 소비량은 현재 45만7,000톤에서 2018년 57만6,000톤으로, 가공용 쌀 재배면적도 2만3,000㏊에서 10만㏊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접어들면서 주식인 쌀 소비량은 감소하는 반면 쌀 가공식품 소비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쌀을 식량주권의 보루이자 핵심 자원으로 육성하고 장기적으로 쌀 농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쌀 산업 육성의 근간인 신품종 개발에도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한다. 우리 쌀은 그간 품종개량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지만 품종의 저변이 얕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글로벌 쌀 품종 품평회에서 일품과 새추청이 대상을 수상하고도 정작 고시히카리·아키바레 등을 앞세운 일본에 주도권을 내준 것이 단적인 예다.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품화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는 가공용 쌀을 체계적으로 재배해 수출하는 '대호간척지 프로젝트'도 본궤도에 오른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일원에 조성된 대호간척지는 정부의 쌀 산업 육성책을 집약한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과 생산을 담당하고 인근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즉시 도정작업을 완료한 뒤 출하하기 때문에 품질과 원가 모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 홍보활동도 대대적으로 벌인다. 기존의 일회성 홍보나 이벤트에서 벗어나 정부·기업·국민을 하나로 묶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중 상시로 진행되는 쌀 소비 활성화 캠페인 '밥심 프로젝트'를 주축으로 올 10월에는 '러브 미(米)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11월11일을 '가래떡데이'로 지정하는 등 쌀을 외면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행사도 연다. 최근에는 각종 요리방송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인기 셰프가 쌀로 만든 디저트를 개발하는 '미(米)라클 프로젝트'에도 돌입했다.

고희종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쌀 산업의 위기는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의 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는 한편 고품질 쌀 품종 개발과 상품화 기술만 마련된다면 수입 쌀이 밀려와도 우리 쌀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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