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円·마르크貨 성공을 모델로

지속적 경제성장 바탕으로 국제통화 등극

원화를 외국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제결제 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통화는 미 달러화, 유로화(통화통합 이전에는 마르크화), 엔화를 축으로 ‘3극 통화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이들 3개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4이며 전세계 대외지급준비자산에서 이들 통화 보유비중도 84%에 달하고 있다. 마르크화와 엔화가 국제통화로서의 역할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다. 엔화 국제화에 소극적이던 일본은 80년대 중반 들어 물가안정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대외신인도가 향상되면서 광범위한 금융자유화ㆍ개방화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은 80년 12월에 ‘신외환관리법’ 제정을 통해 ‘원칙금지ㆍ예외자유’에서 ‘원칙자유ㆍ예외금지’를 골자로 한 외환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은 이후에도 유로ㆍ엔 대출(1983.6), 유로ㆍ엔 CD 발행(1984.12) 등 국제화를 본격 추진한 결과, 70년 0.9%에 불과하던 엔화 수출결제비중이 90년에 37.5%까지 늘어났다. 마르크화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오던 독일 역시 견실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통화로서의 역할이 꾸준히 증대됐다. 특히 79년 EU회원국들의 역내 환율안정장치인 유럽통화제도가 창설되면서 마르크화는 EU 각국의 주요 외환시장 개입통화로 부상했다. 마르크화의 지위는 지난 99년 유로화가 이어받았다. 독일과 일본의 모두 ▦지속적 경제성장 ▦국제수지 흑자 ▦국제경쟁력 향상 등의 경제여건 하에서 통화의 국제화가 추진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든 국가들의 통화가 엔화와 마르크화처럼 손쉽게 국제통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바트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오던 태국은 97년 외환 위기 때 호되게 환 투기의 피해를 본 후 규제로 돌아섰고, 개방화를 자랑하는 싱가포르도 외국인이 싱가포르 달러로 돈을 빌리는 것은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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