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ODM탈피 대표상품 집중 마케팅'중소기업도 독자브랜드 시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만 여겨졌던 중소제조업체들 사이에 최근 자체 브랜드화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과감히 투자해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는 물론, 대기업 업종에까지 자체 브랜드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브랜드화에 주력하는 중소기업들은 마진도 낮고 언제 수주가 끊길지 모르는 OEM, ODM 방식을 벗어나 각 업종에서 쌓아온 수년간의 노하우와 품질을 무기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자체 브랜드화는 마진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가격도 회사측이 책정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자체 브랜드화에 필수적인 마케팅에 기존 대기업들이 즐겨 사용했던 대규모 언론홍보보다 투자비용이 적은 온라인, 홈쇼핑, PPL 등을 적극 활용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브랜드 효과는 수익성 증대
자체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부분은 단연 수익성이다. 브랜드 정착을 위해 초기에는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지만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OEM, ODM방식으로 얻는 수익의 몇 배가 되돌아 온다.
OEM 가방 수출에만 주력했던 코스닥등록 가방ㆍ의류 제조사 정호코리아는 98년 자사 의류브랜드 '미니멈'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순이익이 매년 50% 가량 수직 상승하고 있다.
매출도 늘어 올 상반기에 110억원을 기록, 2000년 전체 매출과 비슷한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275억원 매출에 2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2000년 '해피라인'이란 브랜드를 내세워 김치냉장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치냉장고 제조사 해피라인도 마찬가지. 이전에는 대기업 OEM에 주력했지만 2000년 자체 브랜드로 전환했다.
결과는 대성공. 99년 54억원 매출에 순이익 1억3,000만원에 불과하던 중소기업이 지난해 매출 198억원, 순이익 12억7,000만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99년 밀폐용기 브랜드 '락앤락'을 선보인 하나코비 역시 순이익이 급증해 99년에는 1억4,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4억원을 기록해 10배 가량 늘었다. 매출은 99년의 4배 가까이 늘어 지난해 198억원을 올렸다.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브랜드 경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을 수 없다.
따라서 한두개 제품에 개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최근 인터넷, 홈쇼핑, PPL 등 저렴한 마케팅 수단이 중소기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툴로 떠오르고 있다.
정호코리아는 '다단계 온라인 상품권'이란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5만여명의 온라인 회원을 확보했다. 브랜드화 초기에 2억원 가량을 집중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것.
하나코비는 수십 개에 달했던 브랜드를 모두 정리하고 99년부터 '락앤락' 하나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개발은 물론 인지도도 높아졌다.
소장중 정호코리아 사장은 "중소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홍보나 마케팅에 투자할 수 없는 만큼 대표적인 브랜드 하나를 선택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은 기본 차별화가 경쟁력이다
설립부터 자사 브랜드 '잉크테크'를 출시해 재생 잉크토너 업계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한 잉크테크. 이 회사 정광춘 사장은 한해 매출이 30억원 가량에 불과하던 사업 초기에 불량 제품 2억원 어치를 모두 리콜한 경험을 갖고 있다. 자체 브랜드에 가장 기본은 품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들 역시 중소기업들의 자체 브랜드화에 품질은 기본이며 오히려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업종에 진출할 때 관련업계들이 덤핑, 발주 중단 등 중소기업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견제를 해오기 때문에 품질은 물론 차별경쟁력까지 갖춘 시점에 자체 브랜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사 마크밸류의 김승재 기획실장은 "대기업은 브랜드 확장에 치중하는 반면 중소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요즘은 품질보다 오히려 디자인, 디스플레이, 브랜드 마케팅 등 감성마케팅이 더 경쟁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