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달리는 호텔'에 몸 싣고 남도의 시린 가을 속으로…

전주~목포~순천으로 이어지는 씨밀레 코스 낭만 여행의 묘미 만끽…호텔식 관광전용열차로 부족함 없는 최고의 서비스와 관광 코스가 만족감 더해져

'한국의 블루트레인'을 표방하는 호화 열차 해랑은 주요 관광 코스는 기본이며 호텔식 숙박, 먹거리 제공, 공연 등 다양한 고품격 서비스까지 즐길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 전경

순천만 갈대밭

낙안읍성민속마을

목포 한정식

세계적으로 이름난 호화 열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루트레인’은 ‘바퀴 위의 궁전’이라 불린다. 1901년 증기기관차로 첫 운행을 시작한 블루트레인은 1947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가 남아공을 공식 방문했을 때 탔던 의전 열차로 당시 귀족들의 사교 공간으로 명성을 떨쳤다. 요즘에는 낮에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들이 광활한 초원을 뛰어 노는 모습을 관광하고 밤에는 식사와 잠자리가 해결되는 특급 호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블루트레인’을 표방하는 호텔식 호화열차 해랑이 지난 2008년 11월 첫 선을 보였다. 해랑은 장거리 여행객을 위해 야간에도 운행하면서 숙박이 가능하도록 호텔식 침대객차로 개조한 국내 최초의 호텔식 관광전용열차이다. 해랑 여행 코스는 3가지다. 매주 화요일 출발하는 2박 3일의 아우라(서울역~광주~소쇄원~진주~ 경주~정동진~태백~추전, 1인당 97만 5,000원 디럭스룸 기준) 코스, 매주 토요일 격주로 운행하는 1박 2일의 씨밀레 코스(서울역~익산(전주)~목포~순천~서울역, 1인당 64만원)와 해오름 코스(서울역~경주~정동진~동해~태백~추전~서울역, 1인당 64만원) 등이다. 해랑 씨밀레(영원한 친구라는 뜻의 순우리말) 코스를 다녀왔다. <첫째 날> 오전 8시 10분 서울역에 집결해 승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열차로 이동했다.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해랑만의 특별한 즐거움은 시작된다. 열차 내 식당칸에서 수시로 제공하는 과일과 케이크,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아카펠라, 가야금 연주, 마술쇼 등 승무원들의 장기자랑을 보면서 웃고 즐기다 보면 열차는 어느새 전주역에 도착해 있다. 전주한옥마을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700여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주한옥마을의 유래는 1910년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 서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던 일본인들이 중앙동 일대로 진출하고 상권을 차지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한옥마을이 형성됐다. 한옥마을의 경기전은 빼 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영정)을 봉안한 곳으로 태종 10년 창건됐으며 한강 이남에선 유일하게 궁궐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과 시조비, 경주 김씨의 위패가 봉안된 조경묘와 예종대왕 태실비 등이 있다. 한옥마을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오목대에 올라보자. 전주공예품전시관 맞은편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예향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펼쳐진다. 한옥마을의 또 다른 명소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이다. 초대 주임신부인 보두네 신부가 1914년 지은 이 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 탄압으로 피를 흘렸던 역사의 중심지다. 전주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목포역으로 출발했다. 목표의 명소인 유달산은 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 땅끝으로,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를 때 햇빛을 받아 봉우리가 마치 쇠가 녹아 내리는 듯한 색으로 변한다고 해 유달산(鍮達山)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점심에는 전주비빔밥, 저녁에는 남도 한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객식에 비치된 침대에서 잠을 청하면 열차의 덜컹거림이 오히려 엄마의 자장가처럼 아늑하게 느껴진다. <둘째 날> 기상 시간이 이른 편이다. 오전 6시 20분께 기상 안내 방송과 함께 음악이 흘러 나온다. 순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인근 식당에서 서해안의 명물 낙지전골을 맛본다. 순천은 국내 최대 갈대 군락지이자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 갈대습지가 유명하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 순천만 바다로 흘러드는 3㎞의 물길을 따라 형성된 갈대들의 천국이다. 국제보호조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재두루미, 노란부리저어새 등 140여종의 철새들과 다양한 갯벌 생물들과 습지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명의 보고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제적인 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 조약에 등록될 정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순천만을 오가는 배들이 정박했던 대대포구를 중심으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해랑 승객들과 함께 야생의 갈대군락과 순천만의 속살을 직접 경험하기 위한 순천만 생태체험선에 올랐다. 순천만의 유래와 특성에 대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S자 물길을 따라 순천만 앞바다까지 나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코스로 약 35분이 소요된다. 시간이 멈춘 듯 초가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은 마한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100여 가구가 우리 고유의 주거양식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양반 가옥들로 이뤄진 안동 하회마을과 달리 서민들의 주거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을을 한 품에 안고 있는 1.4㎞에 이르는 성곽 위를 걸으며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앉은 초가 지붕을 감상하면 토속적인 정취가 절로 느껴진다. 점심 식사 후 1시경 열차에 다시 오르면 해랑 여행 중에 배우고 들었던 정보들을 퀴즈로 내고 정답을 맞힌 승객들에겐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 일명 ‘해랑 골든벨’이 진행돼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전주ㆍ순천=글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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