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유가불안 장기화 대비를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기고] 유가불안 장기화 대비를 오문석 오문석 유가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경제가 에너지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예측기관들은 대부분 하절기가 되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지난해부터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원유수급을 살펴보면 공급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즉 유가상승은 일시적 현상이고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했다. 테러ㆍ투기수요등 변수많아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번번히 빗나갔고 WTI기준 유가가 35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 현상이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우선 중동 정세의 불안과 테러 가능성이 지속되고 있고 세계적인 저금리를 지렛대로 한 투기적 수요도 한몫을 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10%대를 넘나드는 고속성장으로 세계 에너지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으로 인해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하반기에도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유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다. 이라크 정국은 민간정부로의 정권이양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고 테러의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루 850만배럴로 세계 최고의 산유량을 보이고 있는 사우디가 최근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고 베네수엘라ㆍ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도 언제 내국문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유가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 평화가 정착되거나 중국의 에너지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중장기적으로도 유가 불안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유가의 불안정성 그리고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정부나 기업은 고유가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1,2차 오일쇼크를 비롯해 석유위기가 발생했던 시기에 비해 유가상승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원유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 아니고 선진국들의 석유 의존도도 과거에 비해서 크게 낮아졌다. 다만 과열 성장을 보인 중국경제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비해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은 여전히 클 전망이다. 같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량이 선진국의 두세배에 달하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급구조도 주로 중동 지역 원유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상승은 물가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를 가져올 것이며 특히 내수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지않을까 한다.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경제 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난 2분기 동안 수출 증가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은 5%대로 높아졌지만 내수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경기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둔화되면 그나마 경기회복을 이끌어왔던 수출마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유가상승이 가세한다면 가계 신용 불안, 중소기업의 경영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장기적 에너지 수급책 절실 따라서 정부는 국제 원유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경기 대책의 강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금난, 신용불량자문제 해소, 건설경기 연착륙 등 경기안정화에 힘쓰고 과도한 유가상승에 대해서는 내국세 인하를 통해 충격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에너지대??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 이미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안보전략 차원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효율성 증대를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해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유전 개발 사업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지금의 고유가를 그동안 한걸음 뒤쳐진 에너지 대책을 서두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6-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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