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억압된 현대인 폐쇄성 '위협희극'으로 풀어내

■ 노벨문학상에 英 해럴드 핀터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는 영어권에서 널리 알려진 부조리 극작가 중 한명이다. 1930년 영국 런던 태생인 해롤드 핀터는 유대계 출신으로 처음에는 배우로 활약했지만 57년 처녀작 ‘방(The Room)’을 내 놓은 뒤 58년 ‘생일파티(The Birthday Party)’로 희곡 작가 입지를 굳혔다. 60년에는 ‘관리인(The Caretaker)’이 크게 히트하며 세계적인 작가 대열에 올라섰다. 유대계인 그는 어린 시절 경험한 2차대전 기억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폭력과 불안에 노출된 인간상을 ‘위협 희극(comedy of menace)’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풀어냈다. 위협희극은 기괴한 공포와 코미디 요소가 동시에 섞여 관객에게 이중적인 재미를 선사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 위협 희극 개념은 ‘생일파티’ ‘가벼운 통증(1958년)’, ‘귀향(1965년)’과 같은 그의 초기 극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핀터의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 사무엘 베케트 등 부조리 작가들. 그의 희곡 작품은 배경이나 인물들의 행동 동기에 대한 설명이 절제돼 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부조리 극의 특징을 넘어서 미국 갱 영화의 사실적인 감각까지 녹아있다. 작가 자신도 이들 부조리 작가와 미국 갱 영화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80년대 이후에는 정치극 성격을 짙게 띤다. ‘최후의 한잔’ ‘산악 언어’등을 비롯 79년에 무대에 올려진 ‘핫 하우스’ 등은 권력의 속성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일상의 담론 속에 묻혀 있는 현대인의 위기 의식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림원은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 배경에 대해 “억압 속에 갇혀 있는 인간의 폐쇄성을 연극이라는 예술적 상황 속에서 훌륭히 표현해 냈다”고 설명했다. 핀터는 최근에는 희곡을 넘어서 텔레비전과 라디오, 영화 영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81년 상영된 ‘프랑스 장교의 여인(The French Lieutenant’s Woman)’을 비롯해 영화와 TV 각본을 여러편 집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그의 희곡들은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인기 메뉴다. 그의 작품 가운데는 ‘배신’, ‘생일파티’ 등이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른다. 지난달에는 서울블랙박스씨어터에서 핀터 페스티벌이 열려 핫 하우스, 배신 등 4개의 작품이 공연되기도 했다. ‘티 타임의 정사(The Lover)’란 작품은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의 한 상황으로 연출되기도 했다. 책으로는 평민사에서 해롤드 핀터 전집이 발간돼 있다. ※ 핀터는 왕립연극학교에 들어가 연기수업을 닦은 후 주로 아일랜드 각지방을 순회하는 극단의 일원이 되었다가 셰익스피어 극단으로 옮겼다. 56년 여배우 V. 머천트와 결혼한 핀터는 이후 배우생활을 그만두고 극작 생활에만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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