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14일 금융위기의 여파로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지만 경기회복과 함께 꾸준히 수요가 살아나면서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상승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시장에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홍콩과 싱가포르. 지난 1·4분기중 홍콩과 싱가포르의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4·4분기보다 평균 10~25% 가량 상승, 급락하던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호주의 부동산 가격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호주 멜버른의 경우 ㎡당 1년 사무실 임대료가 평균 150달러로 지난해 4·4분기보다 4.9% 올랐다. 사무실 매매 가격도 ㎡당 1,862달러로 2.9% 상승했다.
아시아 지역 부동산시장의 회복 징후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신호는 사무실 공실률이 소폭이나마 낮아지거나, 낮아지진 않더라도 추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더 이상의 가격하락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초과 공급으로 빈 사무실이 널려있던 상하이 푸동지구의 경우 공실률이 지난해 4·4분기 68%에서 지난 1·4분기에는 65%로 낮아졌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센트럴 비지니스지역도 공실률이 15%대에서 멈췄다.
또 주택자금 대출 금리가 지난 해보다 크게 낮아진 것도 부동산 수요의 확대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주택저당채권(모기지) 금리가 지난해말에는 8.25%에 달했으나 현재는 4% 수준으로 낮아졌고, 홍콩도 11%에서 8%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징후들은 아시아의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와 풍부한 자금공급이 지속될 경우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년간 침체를 거듭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기까지는 적지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일부 지역의 경우 극심한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등 구조조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기업들이 사무실 등 부동산을 적극 매각하면서 올들어 지난 해보다 사무실 공실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경우 연간 고급주택 임대료가 지난해 4·4분기 ㎡당 373달러에서 지난 1·4분기에는 300달러로 20%나 하락했고, 매매 가격도 ㎡당 2,220달러에서 1,959달러로 12%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도 이 기간중 고급주택 매매 가격이 ㎡당 590달러로 지난해 4·4분기보다 19%나 하락했다.
골드만 삭스의 부동산 분석가인 앙 라이펭은 『아시아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당분간은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과 저금리 상태의 지속 여부도 부동산시장 회복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