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日 정상회담 이후

지난 17일 평양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일본은 4개항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북한은 납치문제를 솔직히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미사일 시험발사의 무기한 중단 및 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일본의 역할을 당부했다. 일본은 수교회담을 재개함과 동시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선언문에 반성의 뜻을 명기했으며 수교 이후 유무상 경제지원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최초의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현안문제에 대한 원칙적 해결 방향에 합의한 것이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북한이 줄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제공했다. 일본 역시 현안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항을 북한에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은 북일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됐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곧바로 일본의 자금이 물밀듯 북한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시기상조로 보인다. 수교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협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이번 북일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일본 자본의 북한 진출에 따른 경제적 기회 등으로 모아진다. 우선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부터 살펴보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정치적으로 큰 모험을 했다. 일본의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국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을 강행했다. 여기에는 일본이 동북아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뒷받침됐다. 이에 따라 북일정상회담 이후 일본은 미국과 북한관계가 원만히 풀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올라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의 무기한 연기와 핵문제의 해결이라는 미국의 관심사를 일본에 던졌고 일본으로서는 북미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지가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 대한 힘의 향배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과 일본의 국내외적 필요성이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지 주목된다. 결국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기회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 문제를 북한과 일본의 경제협력에 남한은 어떤 기회가 있을 것인가라는 단순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면서 북한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경제의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러시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러시아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지만 외국자본의 유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극동지역의 경제활성화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의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했다. 러시아와 일본의 필요성이 일치하는 점이다. 일본은 북일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연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본의 입장에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북한은 일본의 직접 진출과 함께 러시아와의 공동진출을 통해 러시아에서 투자한 설비들을 이른 시일 내에 현대화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최근 동해선 연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60년대 일본자본을 받아들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를 북한과 충분히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협력의 눈을 보다 넓게 가져야 한다. 북한경제의 재건에 대한 한일공동협력은 물론 시베리아 자원개발 및 동북아 지역의 경제협력에 이르기까지 보다 차원 높은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를 颯?막?동해권과 서해권의 경제활동영역이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열강들이 한반도 경제를 적극 활용하는 가운데 남북한은 이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혜안이 필요하다. 북한이 변하면서 동북아의 균형은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남북한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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