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8일 상오 10시30분께 (현지시간)시카고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했다. 당초 계획된 주제는 교육제도 개선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연설을 하기 앞서 참모들은 주식시장에 관해 꼭 한마디 해야한다고 주문을 했다. 그래서 클린턴은 학생들 앞에서 전날 폭락한 주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미국 경제는 지난 한세대동안 그래왔듯이 튼튼하고 활력에 넘쳐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이 기억하길 바랍니다.』
그는 『대통령이 매시간 혹은 매일 증시변동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신중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한마디 하고, 교육제도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미국인들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음을 의식했지만, 클린턴은 더이상의 발언을 자제했다.
하루만에 주가가 7% 이상 폭락한 10년만의 사태를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피의 월요일」이라고 표현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가 중단되는, 1929년 대공황이래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망연자실한 투자자의 모습이 TV에 비춰졌다.
그렇지만 정작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은 냉정하다고 할만큼 조용했다. 미국의 금융권을 쥐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은 일체 발언을 삼갔고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의 기반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주가 폭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당국은 증시부양대책이나 대통령 주재 긴급경제장관회의와 같은 거창한 움직임은 물론 조그마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에게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를 한게 고작이었다. 아니, 이런 대처가 더 주효했는지도 모른다.
클린턴의 짤막한 언급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할바 없지만 뉴욕증시의 주가는 연설직후부터 다시 뛰기 시작, 전날 하락폭의 절반 이상 회복했다. 월가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 며칠간의 홍역을 이겨내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주가를 밀어붙였다.
세계 금융의 심장이라고 자처하는 월가의 맥박이 다시 힘차게 뛰는 것을 보면서 선진국 경제와 그 문턱을 넘어서는 경제의 큰 차이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