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년 기고] 지속가능한 복지로 가는 길

생산적 복지예산 늘리되 누수·낭비가 없도록<br>비용효과 철저히 따지고 전달체계 개혁 병행해야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을 돌파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12% 수준에 이르게 되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다. 복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와 재정은 만만치 않아 걱정인 상황에서 2012년 정부예산안이 확정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체 정부예산안은 당초보다 7,000억원 줄었지만 복지예산은 6,676억원 증액됐다. 결과적으로 올해 정부지출 증가율은 5.3%로 긴축예산이지만 복지예산 증가율은 7.2%로 한국은행이 전망한 경제성장률 3.7%, 물가상승률 3.3%의 합보다 높다. 다만 당초 정부예산안의 균형재정 의지를 지켰다는 점에서 향후 복지정책에 대한 여야 합의의 모범으로 기록될 만하다.

우리나라도 이래저래 복지국가로 진입하고 있다. 우선 연금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300만명,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40만명, 기초노령연금은 380만명, 장애인연금은 20여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국가보훈연금, 산재보험의 장해유족연금 수급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도합 약 750만명이 매달 연금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150만명을 넘는다. 연금 등에 의존해 사는 사람 수로 보면 이미 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공 사회복지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접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20% 내외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지만 증가속도는 단연 1위다. 현재의 복지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복지지출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증가속도ㆍ우선순위ㆍ재원조달 방법과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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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복지는 극빈층만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선진국 가운데 그런 식의 제한적 복지를 하는 국가는 없다. 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체제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수단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를 기르고 교육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자녀들이 보육ㆍ교육비 부담을 의도적으로 지지 않았던 다른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면 정말 불공평하지 않을까.

따라서 저출산 국가에서 정부가 보육ㆍ교육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각 개인과 가족이 각각 자녀 양육을 책임지는 것보다 공평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의 보육ㆍ교육비 지원으로 세계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높아져 초고령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면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투자가 된다. 복지라고 다 생산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생산적 복지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복지지출을 얼마나 해야 적정한가에 논쟁이 있지만 정답은 없다. 복지지출 수준은 각국의 경제ㆍ사회적 환경에 따라 국민이 합의해 만들어가면 된다. 확실한 것은 경제ㆍ재정수준에 맞지 않게 국가부채를 늘려가면서 하는 복지는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지속되면 재정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이 아니라 세금 등 재원조달 대책 없이 복지만 늘리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비용효과적인 복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지공급체계가 비효율적이면 국민의 세금이 복지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누수ㆍ낭비될 수 있다. 따라서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과 함께 전달체계 개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급여 중복과 같은 문제점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 하지만 영리 목적의 복지공급자 난립과 경쟁에 따른 시장실패를 제대로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균형재정에 기초한 복지재원 확보와 함께 복지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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