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불황에도 용광로 신설 붐… 철강값 더 떨어지나

아시아 곳곳서 제철소 건립 계획 잇따라<br>장기적 공급과잉에 업체 시름 깊어질 듯


최근 경기둔화로 철강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중국 제철소들이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고 공급을 오히려 늘리면서 가격붕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아시아 곳곳에서 대규모 일관제철소 설립 프로젝트가 꿈틀거리고 있어 장기적 공급과잉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수요가 늘고 경기가 바닥을 찍으면서 철강 가격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이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철강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일관제철소 설립 프로젝트가 모두 실행될 경우 총 생산량은 연간 4,000만톤에 달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이 지역에서 소비된 철강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동남아 철강수요는 역내 경제성장과 맞물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세계적 철강생산국인 중국 기업들도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어 장기적인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대만 포모사그룹이다. 포모사그룹은 6기의 고로와 열연ㆍ냉연공장 등 연간 2,000만톤 이상의 제철생산 능력을 갖춘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총 2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이미 토지 조성과 항만 정비작업에 착수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5년간 용지 문제로 제동이 걸렸던 인도 타타제철의 고로 건설계획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문은 2007년에 발표된 타타제철의 제철소 프로젝트가 용지 문제로 중단됐으나 최근 정부가 교섭에 나서기 시작하는 등 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에서 포스코가 현지 국영기업과 손잡고 연산 3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현지 라이온그룹이 200만톤 규모의 고로 건설에 나섰다.


동남아철강협회(SEAISI)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6개국의 철강수요는 지난 5년 사이 40% 증가한 5,050만톤에 달했으며 앞으로도 인프라 건설을 위한 철강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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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산 수백만에서 수천만톤에 달하는 대형 일관제철소 설립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업계에서는 수년 뒤 철강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이미 공급과잉으로 철강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있는 중국이 5월 남부지역에 총 2,000만톤 규모의 제철소 두 곳을 짓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철강 가격 하락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중국 남부 광둥성과 광시성에서는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이 각각 1,000만톤 규모로 짓는 제철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총 1,000만톤은 동남아 수출용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경기둔화로 국내 철강 수요가 약화하면서 중국 철강업체들이 동남아시장으로의 수출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 등 각지의 일관생산설비가 일제히 가동되는 수년 뒤에는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수급불균형 못지않게 문제시되는 것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단기적 가격붕괴 가능성이다. 지속되는 가격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누적되는 재고부담 때문에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최근 철강 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8월 첫 열흘간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직전 열흘 대비 오히려 1.1% 증가함에 따라 이 같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은 "시장의 수요가 완화되고 있는데도 중국 철강업체들은 시장 가격이 보내는 시그널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유럽과 북미로 수출하는 열연코일 가격을 나타내는 스틸지수는 지난 6개월 사이 12%, 1년 전과 비교하면 20%까지 하락했으며 노무라는 이 같은 시세를 고려해 8월 초 중국의 철강 공급량이 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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