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고정관념 버리고 이슬람 제대로 보자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이희수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아직도 참정권이 없다.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문제를 두고 20년 넘게 토론중이고 주민등록증 발급도 최근에서야 됐다. 책에 손을 대면 교육 모독죄, 하이힐을 신고 소리 내면 공공 소음죄, 진한 화장을 하면 남성 유혹 죄가 된다. 반면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메가와티 후보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 99%가 이슬람인 파키스탄 역시 베나지르 부토가 민선 총리로 뽑혔다. 말레이시아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오히려 서구 사회를 앞지르고 이란과 주변 이슬람 국가의 대학에서는 이미 여학생의 숫자가 남학생을 넘어설 정도다. '이슬람'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기에 이슬람 세계의 색깔은 너무나 다양한 것이다.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로 꼽히는 이희수 교수가 이슬람 세계를 샅샅이 분석한 책을 펴냈다. 9ㆍ11이후'이슬람=테러'라는 등식으로 우리 머릿 속에 인식된 이슬람 세계를 바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슬람 세계는 57개국 15억명, 지구촌 4분의 1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단일 문화권이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3대 유일신 종교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나아가 지금 이슬람 세계는 에너지 자원과 자본을 갖고 주요한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9ㆍ11사건 이후 우리가 이슬람을 테러리스트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테러는 이슬람 사회의 주류에서 외면당한 소수의 움직임에 불과한데 이것이 마치 주된 흐름인 양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있었던 리비아 사태가 다른 아랍 국가와 달리 8개월 이상 내전을 지속한 이유는 서방 세계가 카다피의 두 얼굴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리비아 시위의 본질은 독재와 민주의 구도가 아닌 부족간 갈등, 석유 이권의 불공정한 분배, 권력 소외 계층의 반발 같은 고질적인 이해관계의 다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무장으로 민주투쟁을 외치며 죽어갔던 이집트나 튀니지의 시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반카다피 세력은 처음부터 무장 투쟁을 시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이슬람의 역사와 정의 등 기초적인 지식부터 이슬람 경제, 이슬람의 문화 등 이슬람 사회의 세부적인 이야기와 이슬람과 우리나라 및 세계와의 관계까지 분석해 이슬람에 대한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서구가 만들어 놓은 (이슬람에 대한) 오류와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며 "이성적으로 그리고 실체에 근거해 이슬람 문제와 이슬람 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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