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등 승수효과 사라지고 글로벌기업 공세에 '사면초가'

한국 전자부품 위기, 전자산업 전반으로 번지나<br>세계적 불황·공급 과잉에다 애플·中·日기업 노골적 견제<br>D램·LCD등 부진 늪 허우적 "캐시카우" 명성도 이젠 옛말<br>'한국만의 롤모델' 정립 시급


한국의 전자왕국을 지탱해주던 전자부품사업이 위기에 처하면서 전자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부품에서 시작된 실적악화가 세트 부문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면서 우리나라 전자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중국은 물론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견제가 더해지면서 한국전자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위기를 서둘러 봉합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원천이었던 부품과 세트 부문의 승수효과가 사라지면서 전자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삼성과 LG전자 등은 반도체와 LCD 등 부품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세트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세를 견인해왔다. 하지만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캐쉬카우 역할을 했던 한국 부품산업이 세계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감소에다 글로벌 공급과잉 등이 겹치면서 수익을 장담하기 힘든 실정으로 내몰리면서 전자산업 전체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라져 가는 부품과 세트의 승수효과 =그동안 한국 전자산업에서 부품과 세트는 승수효과를 일으키며 상호 발전해왔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반도체와 LCD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세트 부문의 원가경쟁력 등으로 연결되면서 승수효과를 발생시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부품 부문에 매년 최소 3조원, 많게는 10조원가량을 투자해왔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라인 증설 등에 매년 3조~4조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반도체와 LCD 글로벌 투자에서 이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수십년간 부품 투자를 한국이 이끌어온 것이다. 이 같은 부품의 대규모 투자는 세트의 경쟁력으로 연결됐다. 수직계열화된 구조에서 부품의 경쟁력은 세트의 기술력과 원가절감으로 이어진다. TV분야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2등을 하고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격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승수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부품 파트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승수효과를 일으키며 세트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승수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LCD다. 삼성전자의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의 경우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실적개선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반도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D램 값이 좀처럼 1달러 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는 10조원 이상 이었지만 올 1∙4분기에는 1조6,400억원에 그쳤다.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PC수요 역시 부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트 부문도 마찬가지다. 글로벌시장에서 세트 부문 가격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TV만 놓고 보면 매년 20~30%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다른 제품도 마케팅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부품과 세트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승수효과를 내야 하는데 현재는 양쪽 모두가 제 몫 챙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애플∙중국∙일본의 견제=설상가상으로 해외 업체들의 한국 견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선 애플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집요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 업체의 변신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LCD와 반도체∙TV 등에서 자리를 내준 일본은 현재 합종연횡과 사업변신 등을 통해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대형 LCD 패널에서 한국에 진 일본이 소형 패널에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경쟁기업들이 손잡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도 LCD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중국 내 LCD공장이 풀 가동될 경우 사실상 한국 LCD가 설 땅은 극히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짝짓기도 위협적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으로부터 반도체와 LCD를 받아온 애플은 최근 일본 도시바∙샤프 등과 손잡고 구매선을 다양화하고 있다. 반도체 칩에서는 애플이 조만간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업체로 공급선을 옮긴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대만과 중국도 LCD 등 전자산업 전방위에서 협력을 더욱 돈독히 하며 한국의 전자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부품의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의 전자산업이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전자산업만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추격자가 아닌 1등의 시각에서 투자와 마케팅 등으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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