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진의 할리우드 21]헤리슨포드 주연 'K-19' 논란
해리슨 포드 주연의 대규모 냉전 해군스릴러 'K-19:미망인제조기'(K-19:The Widowmaker)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캐슬린 비글로 감독의 이 작품은 1961년 실제로 일어났던 소련핵잠함 사고를 그린 것으로 이 사고에서 살아 남은 수병들과 사망한 수병들의 친척들로부터 영화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당시 니콜라이 자테 예프함장(해리슨 포드)과 28명의 승무원이 탄 소련 핵잠함 K- 19의 원자로 냉각기가 고장이 나면서 함장이하 수병들은 핵폭발로 인한 대재난을 막기 위해 결사적인 노력을 했었다. 방사능 수준이 치명적인 단계로 오르는 동안 일단의 자원병들이 원자로실로 내려가 냉각기 봉합 작업에 성공했었다.
만약 이때 원자로가 녹아 핵이 폭발했을 경우 그 수준은 체르노빌정도의 것이 되었을 것이며 그랬을 경우 동서간 핵전쟁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편 냉각기 봉합 작업 과정에서 8명이 방사능오염으로 사고발생후 며칠만에 사망했다.
숨막히는 봉합작업은 8시간이 걸렸는데 먼저 사망한 8명 외에도 여러명이 후에 방사능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이 핵잠함에 탑승했던 수병들 중 일부는 영화의 각본을 얻어 읽고 그 내용이 자신들의 영웅적인 행동 대신 수병들을 술주정꾼들로 묘사한 사실을 발견, 격렬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포드와 영화 감독 캐슬린 비글로 등에게 편지를 보내 "영화가 소련 수병들을 무례한 알코올 중독자요 기술적 무식자들로 훈련도 제대로 안된 오합지졸로 묘사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각본의 전반적 분위기가 러시아해군에 대한 모독으로 가득하다면서 러시아 해군이 영화제작에 협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당시 미사일 담당 지휘관 유리 무힌은 "각본을 보니 비상사태가 일어나자 그제서야 수병들은 사고수습 지침교본을 들춰보는 일단의 멍청이들로 묘사됐다"면서 "우리는 모두 잘 훈련된 해군들이었고 이 같은 사실은 완전 허위이며 해리슨 포드조차 이런 엉터리 얘기를 구해낼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이에 대해 포드는 러시아인들에게 영화는 절대로 핵잠함 수병들의 영웅적 행동을 욕되게 묘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런 소란속에 영화는 모스크바 촬영을 끝내고 현재는 캐나다서 촬영중에 있다.
제작비 1억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2002년 개봉 예정으로 포드(출연료 2,500만달러)외에도 리암 니슨이 공연한다. 폭스는 미국내 배급을 그리고 파라마운트는 외국배급을 각기 맡는다.
그런데 할리우드는 과거에도 실제사건과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있어 왜곡되거나 과장되게 묘사, 비난을 받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K-19'는 정확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미국립지리학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가 처음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어서 사실 왜곡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립지리학회는 이 영화가 개봉될 때 일어날 사실 왜곡 논란에 대비하기 위해 소련 핵잠함사고에 관한 기록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지리학회는 기록영화를 극영화개봉과 동시에 개봉, 관객들 스스로가 역사적 사건을 관찰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