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보사 상장 또 유보] 업계 도덕성ㆍ정부 책임행정 논란등 상장不發 후폭풍 예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이 또다시 연기돼 15년을 끌어온 생보사 상장논란은 다시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정부와 생보사, 상장자문단의 견해일 뿐 양대 생보사의 도덕성과 정부의 책임행정 부재 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익을 빼앗기게 된 계약자들이 세력화할 경우 갈등구조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삼성 채권단과 정부의 공적자금회수도 문제다. 르노에게 넘어가기 전의 삼성자동차가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한 삼성생명 주식의 매매가 이뤄져 자금회수를 기대했던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은행의 부실채권 회수가 늦어진 만큼 정부의 공적자금회수도 차질이 우려된다. ◇어떻게 진행됐나=생보사 상장은 1989년 교보생명이, 1990년 삼성생명이 각각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이들은 상장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으나 국내 증권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생보사 상장까지 이뤄져 공급이 늘 경우 증시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일단 유보됐다. 생보사 상장은 1999년 6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 놓으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채권단이 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려면 삼성생명 상장이 전제조건이며 이에 따라 금감위가 적극 추진했으나 2년여의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금감위는 2000년 말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생보사 상장은 지난 5월 이정재 금감위원장이 “8월말까지 상장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6월 상장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힘있게 재추진됐으나 3년전과 마찬가지로 시민단체와 업계가 절충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왜 무산됐나=이번에도 자문위원회가 5개월간이나 활동하고도 정부의 의견을 내지 못한 데는 시민단체와 업계간에 여전히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보사의 성장 과정에서 계약자가 기여한 부분이 많다며 일부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업계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법적으로 생보사는 명확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문위원회는 애초부터 계약자의 기여도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업계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법적으로는 계약자 배분을 인정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계약자에게 일부 차익을 돌려주는 공익재단 출연방안도 타진했으나 업계는 이 마저도 거부했다. ◇자문위ㆍ정부, 직무유기 비난 면키 어려워=이번 상장권고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생보사와 정부, 자문단, 계약자 등 이해당사자 가운데 보험계약자만 소외됐다. 자문단이 권고안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90년부터 제시된 방안보다 계약자에게 훨씬 불리한 내용이고, 이마저 삼성과 교보에 의해 거부됐다. 유비룡 보험소비자연맹회장은 “정부와 자문단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는 `결과적으로 생보사가 내야 할 세금을 10년간 유예시켜 준 꼴이 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 89년과 90년 각각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996억원, 659억원의 법인세를 내야 했던 삼성과 교보는 그동안 5차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를 유예받았다. 올해 시한에 걸려 납부할 경우 가산세를 포함해 삼성은 3,200억원, 교보는 2,200억원 정도를 내야 한다. 삼성과 교보는 또 다시 유예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현행 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지가 관철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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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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