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타이거 우즈(40·미국)가 몇 타를 칠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타수보다 2위와의 격차를 얼마나 벌릴지가 관전포인트였다. 1997년의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2위를 12타 차로 따돌렸고 2000년의 우즈는 US 오픈에서 15타 차 우승을 이뤘다.
2015년의 우즈는 그때의 우즈가 아니다. 첫 대회 2라운드에서 82타를 쳤다. 우승 예상은커녕 이번에는 몇 타를 적어 사람들을 경악시킬지가 관심사가 돼 버렸다. 지난해 허리 부상 탓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7개 대회 출전에 그친 우즈가 25차례 라운드에서 60대 스코어를 낸 적은 6번이었다. 지난해 12월 PGA 투어 정식 대회가 아닌 히어로 월드 챌린지 3라운드에서 69타를 적기도 했지만 2일 끝난 PGA 투어 피닉스 오픈 1·2라운드에서 각각 73타에 1996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인 82타를 치고 컷 탈락했다.
우즈는 PGA 투어 통산 1,000회가 넘는 라운드를 했는데 60대 타수를 기록한 라운드는 608번, 70대는 555번이었다. 80대는 피닉스 오픈과 2002년 브리티시 오픈 3라운드(81타)에서 기록했다. 과거 8번이나 우승했던 코스에서라면 어떨까.
우즈는 5일부터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GC에서 열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우승 상금 113만4,000달러)에 출전한다. PGA 투어 홈페이지가 뽑은 우승 후보 15명에 우즈의 이름은 없다. 미국의 한 베팅업체에 따르면 우즈의 우승 배당은 50배다. 데뷔 후 가장 높은 배당률. 우즈의 우승에 1달러를 걸어 적중하면 50달러를 받는다. 그만큼 우승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뜻이다. 세계랭킹 56위로 밀려나면서 메이저 통산 15승 전망도 쏙 들어가 버렸다.
우즈는 최근 PGA 투어 3개 대회에서 4라운드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했다. 심각한 쇼트게임 난조를 생각하면 컷 통과가 현실적인 목표인 셈이다. 우즈는 피닉스 오픈에서 벙커샷이 그린을 넘어가 반대쪽 러프에 빠지고 러프에서 친 샷은 짧아서 그린에도 못 미치는 등 안쓰러운 수준이었다. 두껍거나 날에 맞는 실수가 계속됐다. 당황스러운 것은 우즈만이 아닌 갤러리도,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투어 프로한테서 나오기 힘든 실수들이었다"며 "임팩트 구간으로 내려오는 각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피닉스 오픈이 열렸던 스코츠데일TPC는 비교적 쉬운 코스였음에도 우즈는 상처만 안고 돌아왔다. 토리파인스는 우즈가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 7번에 2008년 US 오픈까지 8차례 우승을 경험했던 곳. 텃밭에서마저 재기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대회 일정 소화 대신 샷부터 가다듬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할 수도 있다. 우즈는 데뷔 후 2010년까지 15시즌 동안 첫 대회에서 6차례 우승과 12차례 톱5, 14차례 톱10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3년 연속으로 첫 대회에서 4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 우즈의 첫 출전 대회였는데 3라운드 뒤 돌아서야 했다. 물론 2013년에는 첫 대회 부진에도 시즌 5승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기는 했다. 1997년이나 2000년의 우즈까지는 아니더라도 팬들은 2013년의 우즈라도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우즈는 3월1일 끝나는 혼다 클래식까지는 세계랭킹을 50위 안으로 끌어올려야 3월5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다.
한편 PGA 투어는 우승 후보로 지미 워커(미국)와 피닉스 오픈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 제이슨 데이(호주)를 차례로 꼽았다. 지난해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던 더스틴 존슨(미국)도 최근 득남 뒤 이번 대회로 투어에 복귀한다. 한국 선수로는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최경주에 배상문·노승열·박성준·김민휘가 출전한다.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양건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