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인프라 2000/영화] '물오른 한국영화' 세계로

그러나 한국영화에도 희망은 있다는 것이 영화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는 못미치지만 우리에게도 「쉬리」처럼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장편 극영화·독립영화 수출 우리가 나선다」는 슬로건을 내건 해외배급전문사(미로비전·인디스토리·리노필름)들의 실적으로 한국영화들의 해외수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말 「쉬리」 한편의 잠정 해외 수출가가 227만달러(약27억2,400만원)로 전해지는데, 이는 지난 98년 31편의 해외최고 수출총액 338만달러의 70% 이상을 웃도는 수치다. (표참조)한국영화연구소 정책연구실장 김혜준씨는 『전반적으로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이와함께 비주류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한국에 대한 국가적 이미지로 인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세계 영화계의 흐름이다. 또한 홍콩영화가 쇠락기를 맞고 있어 그 틈새시장을 젊은 영화인들이 뚫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영화가 좋아진 것은 검증된 젊은 영화인들의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다양한 장르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독립영화 전용관 등이 다양하게 세워지고 이것의 계속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가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도 『지난 10년간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프랑스와 영국 등지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에 「한국문화주간」을 연속적으로 개최해온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도 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쉬리」의 해외수출을 주도했던 삼성영상사업단의 김상한(해외 바이어들에게는 제임스 킴으로 통함)씨는 『「쉬리」의 해외수출가는 전혀 예측치 못한 가격으로 한국영화의 해외시장가격을 한 차원 높이는 교두보역할을 했다』면서 『이제는 제작사들이 해외 극장 동시개봉까지 목표를 잡고 작품을 기획제작할 때』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한국영화 해외수출은 극장개봉이라기보다는 TV와 비디오 판권 등으로 팔려나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쉬리」 판매 이후 아시아 판매에 나선 「텔미 썸딩」「미술관 옆 동물원」등이 한국영화 판매가의 현실화를 가져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면 한국영화 100년사를 통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40%를 넘고 해외수출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한국영화 해외수출고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수치는 오는 3월께 집계되겠지만, 각 영화사가 알려온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쉬리」의 경우다. 대만에는 미국달러로 22만달러(2억5,000여만원)에 팔렸으며,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고 상영중인 홍콩에서는 9억여원을 벌어 들였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일본(1년 외화수입편수 306편에 시장규모는 1,935억엔(2조2,000억원)). 미니멈 개런티 130만달러에 팔린「쉬리」는 오는 21일께 일본 전역 100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된 이후 150개 극장으로 확대 상영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 수익은 국내(350억원)를 뛰어넘을 것을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 수출 최고가는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가 이례적으로 100만달러를 받았었고,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11만달러를 받았다. 한국영화 수출의 중요한 전진기지로 자리잡은 미로비전은 지난해 밀라노 견본시에서 62만달러의 해외판매계약을 달성했다. 대만의 메이저배급사인 「CMC그룹」에 장윤현 감독의 「텔미 썸딩」,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를, 일본 시네마시콜에 「미술관 옆 동물원」을 미니멈개런티 62만달러에 팔았다. 특히 「텔 미 썸딩」은 영화의 사전 홍보와 예고편 시사만으로 사전 판매를 이뤘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해외판매사상 매우 획기적인 성과였다는 평가였다. 게다가 작품완성이 1년쯤 남은 「원더풀 데이즈」는 프랑스 카날플리등 메이저 배급사에서도 구매 의향을 타진하고 있으며, 「텔미 썸딩」의 경우는 일본 배급사에서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어 개봉 이후 국내 흥행을 근거로 수출가를 더 올려볼 작정이다. 미개봉작인 배창호 감독의 「정」은 프랑스에서만 7군데가 경합중이다. 또한 변태적인 성애 묘사로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지난달 29일 극적으로 국내상영 허용을 받아 오는 8일 전국 90여 극장에서 상영될 「거짓말」은 일본을 제외한 세계 20개국에서 40만달러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