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을 계기로 닷새째 계속된 국회파행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쟁점 정치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지나치게 개입, 논란을 불러온 노 대통령이 정치적 이슈에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이제야 확실히 달라진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영주 정책기획수석으로부터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비롯한 연말까지 추진될 정책현안 등을 보고 받았으나 국회파행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주 화요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리던 국무회의도 국회일정을 이유로 들어 2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약식으로 열릴 예정이어서 당분간 국회파행 관련 노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이해찬 총리와 관련된 언급으로는 “(해외)순방 중 정책적 과제에 대해 총리를 중심으로 잘 협조하라”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파행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 자제는 우선 여야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노선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섣부른 대응을 할 경우 불필요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를 두둔할 수밖에 없는 노 대통령이 야당을 자극할 경우 자칫 국회파행이 장기화되면 참여정부의 각종 개혁법안에 대한 국회처리가 차질을 빚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회는 4일부터 과거사진상규명법 등 4대 개혁법안을 비롯한 계류법안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상황도 노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참여정부의 역점 국정 과제인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한 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 총리에 이어 “먹고 사는 것부터 챙겨라”는 다수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싸움에 몰두할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일상적 국정은 총리가 맡고 중ㆍ장기 국정과제는 대통령이 맡는다는 ‘분권형 국정운영’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