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역사 속의 나그네'엔 사람답게 사는 세상 있죠

작가 복거일 26년 만에 '역사 …' 완간 기념 간담

26세기서 16세기로 시간 여행

지식으로 세상 바꾸는 모습 그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원리 당연한 것 아니란 점 말하고 싶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담았습니다."

간암 투병 중인 복거일 작가는 1일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열린 '역사 속의 나그네' 완간(6권)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작가는 자기 세계관을 작품에 투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26세기에 살고 있는 주인공 이언오가 시간여행을 통해 건너온 지난 16세기 조선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다. 그는 공상과학소설로 과학의 발달과 변화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미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탐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언오는 16세기라는 낯선 시공간에서 자신만의 지식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저수지 사업을 벌여 농경사회를 이롭게 하며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군사를 조직한다. 영웅 탄생을 그린 일종의 무협소설이다.

그러나 내공과 장풍을 이용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간 차에서 발생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계몽한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지식 무협소설'이라고 칭한다.


복 작가는 "주인공 이언오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중세에는 위험하고 혁명적인 지식"이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원리 등이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9년 중앙경제신문에 연재된 '역사 속의 나그네'는 1990년 연재가 끝난 후 1991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그러나 다른 잡지에 연재된 후속작이 잡지 성격과 독자들의 성향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연재가 중단된 후 20여년 넘게 집필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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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간암 판정을 받은 복 작가는 '역사 속의 나그네'를 쓰기 위해 다시 펜을 잡았다. 그는 "간암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역사 속의 나그네'가 먼저 떠올랐다"며 "후속편을 쓰지 못해 독자들에게 미안했다. 빚을 갚기 위해 집필에 몰두했고 1년 만에 3권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견뎌낸 작가답게 최근 표절 논란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동료 작가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복 자가는 "신경숙은 훌륭한 작가"라며 "예술가들은 개인적 좌절·불행 이런 것까지 예술적 자양으로 삼을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이번 일을 예술적 자양으로 삼아 원숙해진 작품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26년 만에 책을 마무리한 복 작가의 바람은 무엇일까.

"독자들이 고급스러운 무협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역사 속의 나그네'를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복거일 작가가 1일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열린 '역사 속의 나그네' 완간(6권)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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