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집안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형제간의 마구잡이 폭로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은 3일 귀국하는 자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주총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표 대결에 나서겠다고 했다. 롯데 형제들의 권력다툼과 부자갈등, 친인척까지 가세한 집안싸움은 욕을 하면서도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다. 아버지가 아들을 때렸다거나 교도소로 보내겠다는 등의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지니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문제는 롯데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확산시킬 빌미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는 전적으로 롯데 내부의 일이다. 집안 갈등을 섣불리 일반화해 외부에서 개입한다는 것은 경영 자율을 침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기업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 산업계는 대내외 악재로 휘청이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터져 나온 롯데의 일탈행위는 자칫 힘겹게 쌓아온 기업들의 노력과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롯데가 형제들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그룹 경영을 하루빨리 정상화해 일반국민의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국내 5위의 그룹사가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추한 모습을 언제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는가. 신 총괄회장과 형제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회동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짓고 오너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 롯데는 차제에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함으로써 더 이상 롯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된다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