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의미심장한 KIEP 보고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미관계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와 모건스탠리의 ‘지금 왜 정치가 중요한가’ 보고서는 우리경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만하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그대로 소개해 더욱 눈길을 끈 KIEP 보고서는 한미관계의 악화의 경제적 후유증을 모건스탠리는 정책 방향성의 불투명성, 다시 말해 좌파적 정책성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들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부진탈출의 조짐조차 보이지않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볼 때 음미할 필요가 있다. KIEP는 이라크 파병국가들의 대미수출 의존도 설명과 함께 한미동맹 관계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 외국자본의 이탈 및 주가하락 등 금융ㆍ외환시장이 매우 불안해질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책기관인 KIEP가 보고서를 내고 청와대가 이를 고스란히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는 점에서 파병 약속을 깨면 한미관계가 악화되고 경제가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 강조해 파병반대 여론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보고서의 의미가 결코 축소돼서는 안될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이 현상을 왜곡 또는 과장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과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이전배치와 감축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금융시장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동향이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도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두루두루 지적하고 있으나 핵심은 우리 정부와 여당의 정책성격에 대한 문제다. 한마디로 정부, 특히 여당이 시장원리에 바탕한 자본주의 시스템보다는 분배에 무게를 둔 사회주의적 정책 쪽에 기울어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비단 외국투자가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인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는 게 사실이고 투자부진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다행이 이런 여건 속에서도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나 신용등급 하락 등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나 시장은 여전히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관계는 분명 예전 같지 않으며 파병문제를 둘러싼 여당내의 움직임 등에 비추어 미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동맹 관계가 경제의 불확실성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양국 관계에 더 이상 균열이 생기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와 여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자명한 것이다. 동맹을 중시하고 정책이 시장경제 원리에 바탕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책무는 막중하다. 열린우리당이 엊그제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나, 방미 중인 신기남 의장이 한미동맹의 강화를 역설하고 있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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