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현장] 1억원 넘는 초호화형 vs 1000만원대 실속형

■ 결혼시장도 양극화




●상위 1% 초호화형
명품드레스 대여료 1000만원, 앨범 제작비도 700만원 훌쩍
130만원대 예단반상기도 나와 ●일반 서민 실속형
드레스·스튜디오·앨범제작등 패키지로 묶으면 100만원대
예식장으론 마을회관등 이용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결혼을 앞둔 20~30대들의 마음은 여느 때보다 무겁다. 그래서 필요 없는 예단이나 혼수는 과감히 생략하고 거품을 쫙 뺀 실속형 결혼식에 눈길이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경기는 고가 결혼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일생에 단 한번뿐인 결혼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장식하기 위한 '상위 1%' 고객들의 수요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회ㆍ경제 모든 분야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혼수 및 웨딩산업 역시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주 ◇1억원대 결혼식 vs 1천만원대 결혼식=화려한 결혼식의 압권은 역시 드레스다. 베라왕(Vera Wang), 케네스 풀(Kenneth Pool) 등 명품드레스를 입은 순백의 신부가 되고 싶다는 상상은 여자라면 한번쯤 해볼만하다. 이런 명품드레스들을 하룻밤 대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적게는 40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드레스의 경우 신부의 체형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600만~700만원대 드레스가 가장 인기가 좋은 편이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의 김은선 웨드사업부 수석팀장은 "7년 전만해도 수입브랜드 드레스에 대해서 신부들의 반응이 지금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결혼식에서 입은 웨딩드레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수입드레스 브랜드가 대거 한국에 진출했으며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멀티샵들도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결혼앨범도 연예인의 화보집을 보는 것처럼 '스냅사진형'으로 꾸미는 커플이 많아졌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스냅사진형 앨범은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결혼식 당일의 풍경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결혼 준비과정부터 식을 마칠 때까지 사진사 2~3명이 신랑신부를 내내 동행하며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본 예식 사진촬영 및 앨범제작에만 200만~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여기에 스타급 사진작가에게 리허설 촬영(스튜디오 내부에서 진행하는 촬영)을 맡기면 전체 앨범제작비용은 700만~1,000만원대까지 훌쩍 뛴다. 하지만 스스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커플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게 스튜디오 측의 설명이다. 듀오웨드 관계자는 "럭셔리 결혼식의 경우 가격 상한선이 따로 있진 않지만 보통 스드메(스튜디오ㆍ드레스ㆍ메이크업)를 합쳐 1,200만~2,000만원대를 생각하면 된다"며 "여기에 5성급 호텔에서 최고급 예식을 올릴 경우 예식장 비용도 수천만원~1억원을 호가한다"고 전했다. 반면 저렴하면서도 알찬 패키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웨딩 컨설팅업체에서 제공하는 실속형 패키지는 스튜디오(리허설 촬영 70~100만원대, 본식 촬영 60~90만원대)ㆍ드레스(60~70만원대)ㆍ메이크업(50~70만원대)을 합쳐 200만원대 초반. 여기에 리허설 촬영을 하지 않고 앨범제작을 간소화하게 하면 패키지 가격은 1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진다. 초호화 웨딩패키지와 10배 이상 가격차이가 나는 셈이다. 업계관계자는 "요즘은 소위 명품급 스튜디오, 헤어ㆍ메이크업숍에서 노하우를 배운 뒤 직접 사업을 시작한 업체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합리적인 비용으로도 손색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수입드레스는 브랜드 등 '이름값'거품이 있어 100만원대 드레스만 선택해도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마을회관, 동문회관 등을 예식장으로 활용하는 커플들도 늘었다. 대관료가 무료(마을회관) 또는 30% 이상 저렴하고 식비와 부대비용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결혼식 일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지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예단, 비쌀수록 잘 팔려=전반적으로 예단은 간소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계층에서는 오히려 값비싼 상품이 예단용으로 더욱 잘 팔린다. 도자기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9첩, 12첩 등 예단반상기 그릇수 늘리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고가일수록 오히려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남자기에서는 용문양 등 왕의 복식에서 모티브를 얻고 24k 순금으로 장식한 130만원대 12첩 반상기를 선보이며 고가 반상기 시장에 불을 붙였고, 한국도자기도 2009년 처음 9첩 반상기를 내놓은 후 올 들어 2세트를 추가로 출시했다. 업계관계자는 "고소득층의 경우 생활도자기는 유명 해외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선호하지만 전통 예단은 어차피 국내 업체만 생산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그만큼 고가 예단용 반상기 시장은 국내 업체들에게 마음껏 프리미엄급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일반적으로 예단용으로 선호되던 7첩 반상기 대신 단반상기(2인용 밥ㆍ국그릇으로 간소화한 반상기)로 가볍게 격식만 지키는 사례도 늘었다. 아예 예단으로 반상기 구매를 생략하는 풍조도 있다. '장롱 예단'이 될 바에는 차라리 실질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혼수품목을 사는데 돈을 보태자는 분위기가 젊은 커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림살이, 풀세트 vs 단품=독일 주방용품브랜드 휘슬러(Fissler)는 올들어 490만원대 웨딩패키지인 '프레스티지'를 선보였다. 쿡탑(전기레인지), 칼 등 신제품을 추가해 17종으로 구성한 이 패키지는 지난해 구성한 최고가 패키지(310만원대)보다 180만원 가까이 비싸지만, 상반기에만 400세트가 넘게 판매돼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또한 '쌍둥이칼'로 유명한 독일 주방용품브랜드 헨켈(Henkel)에서도 풀세트가 오히려 잘 팔리고 있다. 헨켈의 즈월링 퓨어 6종 세트의 경우 가격이 60만원대에 이르지만 신혼부부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편이다. 헨켈 관계자는 "지난 2009년보다 2010년에 칼 매출이 12% 늘었으며 그중 블록(5종이상 세트) 매출이 전체의 60~65%이고 2~4종 세트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다"며 "예년에 비해 블록 매출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해외 유명브랜드의 풀세트 상품이 더욱 잘 팔리는 현상이 주방용품이 일종의 인테리어 소품화(化)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냄비, 프라이팬, 칼 등 부엌 내부를 컨셉에 맞춰 통일감 있게 꾸미려면 풀세트 구매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전세난으로 좁아진 신혼집을 생각해 소박하게 살림살이를 장만하려는 커플도 많아졌다. 이곳저곳 이사를 갈 일이 많은 보통의 예비부부들에게 고가의 살림살이는 낭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홈인테리어 전문업체 한샘이 신혼가구브랜드 '듀스페이스'를 통해 선보인 99만9,000원(10.5자 기준)대 옷장은 이런 예비부부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 올 웨딩시즌에만 월 5,000세트 판매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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