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시장 안정화대책/이한구 대우경제연 소장(긴급진단)

최근 원화 환율이 대폭 평가절하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정부도 금융시장 안정대책이란 이름 아래 몇 차례의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특히 외환시장에서의 불안정은 계속되는 모습이다.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려는지 목표를 재확인하고 그 목표달성을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우선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원화 환율의 적정수준을 유지하자는 뜻인가, 아니면 원화 환율의 변동폭을 최소화하자는 뜻인가. 아마 「지나치게」 원화가 평가절하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라면 어떤 기준에 입각해서 그 「적정선」을 찾아낼 수 있을까. 종합수지를 균형으로 맞추는 환율인가, 인플레를 중립으로 하는 수준인가, 성장이나 고용을 어떤 수준으로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외환시장 안정론자들은 구체적 답변을 해야 한다. 둘째, 외환시장 안정의 실천적 목표를 제대로 정하는 경우라도 우리 사회에서의 외환시장 안정은 항상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변동환율제도하에서 외환시세는 국내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의 쇼크를 반영하며 형성되도록 되어 있다. 수많은 쇼크는 때로 생산물시장에서, 때로는 생산요소시장에서, 또는 자산시장에서 변화를 일으켜 균형점을 찾도록 요구한다. 그런데 보통은 실물시장에서보다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빨리 반응을 하면서 쇼크를 흡수하는 작용을 하고, 쇼크의 발생 원천이나 성격에 따라서 금융시장쪽에서도 주식시장·채권시장·외환시장·단기자금시장별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게 보통이다. 또한 어느 한 시장에서 크게 조정을 받으면 다른 시장에선 그만큼 덜 조정을 받아도 국민경제 내부에서 쇼크가 소화된다. 그러므로 어떠한 쇼크때문에 외환시장에까지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데도, 굳이 외환시장만은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하면 결국 그 쇼크는 다른 시장(예를 들어 고용시장, 주식시장, 성장률)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쇼크부담의 배분이 잘못되는 경우 국민경제는 효율성을 잃게 되거나 공평성을 해치는 수가 발생한다. 셋째, 이처럼 외환시장의 출렁거림은 오히려 당연하고, 실제 이슈는 그 출렁거림의 수준과 시기선택이라는 인식을 하는 경우라도 문제의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환은 대외적 지불수단이면서 가치보전수단이 되기 때문에 외환의 가격인 환율은 하나의 자산으로서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게 된다. 즉 가수요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외환시장은 가장 이상적인 자유시장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장 심한 투기시장의 성격을 곧잘 표출시키고, 환율은 끊임없이 균형점에서 지나치게 벗어나거나 출렁거리는, 즉 오버슈팅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각국에서의 수많은 정부개입이 외환시장에서의 투기세력과의 싸움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의 제한을 염두에 두고라도 최근의 원화절하를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선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근본적 대책으로선 국제수지 개선만큼 확실한 게 없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분쇄가 전제됨은 물론이다. 재정긴축도 필요하다. 또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대부분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정도의 재정동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부실기업의 인수나 재활용이 가능토록 기업 M&A시장이 형성되어야 하고 외국인에게도 국내기업 매수권을 인정해줘야 한다. 당면대책이라면 최우선 과제가 환율수준과 주가수준, 금리수준 등 금융시장의 주요가격 등에 관한 목표 포트폴리오를 확정짓는 것이다. 우리의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상환도래분, 기업채산성, 부실기업으로서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계속 안고가는 금융수요 등을 감안해서, 또 회복되어가는 실물경기 속도까지 고려해서 목표환율 등이 결정되면, 환투기세력이 큰 손해를 볼 때까지 강력한 방어 작전을 펼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제기구로부터 외환지원을 받아서라도 자본자유화시대에 국민경제를 유린하겠다는 세력을 꺾어 놓아야 한다. 동시에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빨리 활동을 서둘러야 하고, 금융시장 저변 확충을 위한 개혁과 장기외자 유치, 기업 M&A시장 육성프로그램 등 구체적 정책제시를 통해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를 빨리 만들어내는 PR작전도 요망된다. 현단계의 외환시장 불안정은 신용경색 정도이지만 조금 더 방치되면 금융시장 도산과 금융시스템 마비로 이어질, 매우 위험한 단계에 있는 만큼 실물경제(예를 들어 임금, 정부생산성, 제도개혁, 산업구조)에서의 장애요인을 이른 시일내에 제거할 의욕이나 능력이 없다면 결국 모든 외환시장 대책은 허사로 돌아가게 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들기,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을 빨리 치우기, 높은 가격 구조조정과 지나친 기업구조조정 원활화, 좀 더 정성들이고 생산성 높이기에 각 경제주체가 동참하면 생활수준을 낮추지 않고도 외환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정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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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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