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체제 타파를 선언한 멕시코 정부가 세계 최대 부호인 자국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사진) 아메리칸 모빌 회장을 핵심 타깃으로 공식 거론하고 나섰다. 정부가 슬림 회장에 대한 공격을 발판으로 대기업들과의 대결에서 기선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앞으로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슬림의 통신회사를 비롯해 멕시코 거대 기업들의 독점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해 전일 반(反)독점범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9일 칼데론 대통령은 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강력한 반독점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대기업이 독점행위를 통해 가격을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면 해당 기업에 연간 순익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물리고 경영진에게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칼데론 대통령은 평소 멕시코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광범위한 독점체제의 타파가 필수라고 주창했으며 이번 반독점법으로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는 "나는 슬림 회장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다른 멕시코 기업인들에게도 그렇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나는 반독점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독점행태를 막기 위해 시장을 규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멕시코 공정거래 당국은 지난달 아메리칸 모빌의 이동통신 자회사인 텔셀에 멕시코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0억페소(약 1조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멕시코 이동통신 시장의 71%를 점유하는 텔셀은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 군소 경쟁업체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텔셀 측은 즉시 항소의사를 밝히고 다른 대응책들도 강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칼데론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들은 멕시코의 다른 대기업들에도 조만간 강력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멕시코 정부가 경제 및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슬림 회장을 과연 제재할 능력이 있는 지 의심을 품고 있다. 슬림 회장의 아메리칸 모빌은 중남미 최대의 통신회사이다. 그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전세계 부호 순위에서 올해 740억달러의 재산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