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이통시장 패권장악 야심SK텔레콤 '이통기술 표준화' 추진 배경·전망
『SK텔레콤이 일본 NTT도코모에 지분매각을 통해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1단계 기술협력, 2단계가 자본제휴, 3단계는 제3시장 공동진출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두 회사는 또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1등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세계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조정남(趙政男)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북아 핵심 3개국, 그것도 각국의 최대 사업자들이 손잡고 동북아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3사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멀티미디어연구센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제 기술표준 결정과정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이동통신 기술과 표준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게 사실. 여기서 소외된 한국과 중국은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력이 앞선 일본의 경우도 현행 2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있어 미국·유럽과 별개의 독자 표준인 「PDC」 방식을 채택했다가 세계시장 진출에 실패했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기술표준의 중요성은 비단 일본의 사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은 2세대 기술표준 단일화에 성공, GSM 기술은 전세계 85% 정도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도 기술표준을 시장자율에 맡김으로써 자국의 통신장비업체 성장기반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이 타 분야와 달리 주로 유럽지역에서 배출된 것도 이같은 상황과 관련이 깊다.
특히 이같은 서비스 기술표준화는 장비업체들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동안 각국은 기술표준 결정에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하지만 동북아 3국 선두 이동전화 회사들이 힘을 합해 국제 통신기술 표준화에 나설 경우 IMT 2000 이후 기술인 4세대 통신기술의 국제 표준문제는 동북아 국가들의 이해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부는 이같은 SK텔레콤의 구도를 폄하하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3개 사업자간 동북아 패권을 주장하는 것은 IMT 2000 기술표준으로 비동기식을 채택하려는 SK텔레콤의 포장된 술수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NTT도코모가 비동기식을 채택한 데 이어 차이나모바일도 비동기식 채택이 확실시되는 시점을 연계시켜 비동기식 기술표준 채택의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편법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정통부는 SK텔레콤이 중국의 차이나유니콤과 또 일본에서는 자회사인 신세기통신이 KDDI와 현재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중·일 선두업체간 아시아 표준기구 설립은 허울좋은 포장에 불과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차이나유니콤과 KDDI는 모두 동기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NTT도코모는 확고한 기술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차이나모바일과의 제휴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IMT 2000 기술표준 선정을 앞두고 SK가 무리한 구상을 내놓았다』고 논평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정승량기자SCHUNG@SED.CO.KR
입력시간 2000/08/0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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