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JP모건 등 6개 글로벌 대형은행의 환율조작 혐의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들의 담합행위와 관련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은행의 환율조작으로 국내 유로·달러화 거래시장과 관련 파생상품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은행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JP모건·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스위스금융그룹(UBS) 등 6개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의 유로·달러화 환율조작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이들 6개 글로벌 은행에 환율조작 혐의 등으로 56억달러(약 6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유로-달러화 트레이더들은 2007년 12월부터 2013년 1월 사이 온라인 채팅방에서 암호화된 대화를 통해 런던 외환시장에서 세계 유로·달러화 거래의 기준이 되는 '오후1시15분 고시환율(ECB fix)'과 '오후4시 고시환율(WM reuters fix)'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을 '한 팀(a team)' 또는 '삼총사(the musketeers)'라고 지칭하며 거리낌 없이 환율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곳은 바클레이스은행으로 미 법무부에 6억5,000만달러를 내는 것과 별도로 뉴욕과 영국 금융감독당국에도 총 16억5,000만달러를 물게 됐다. JP모건·씨티그룹·RBS 등도 외환시장 조작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를 면제 받는 대신 미 법무부에 각각 5억5,000만달러, 9억2,500만달러, 3억9,500만달러 등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의 환율조작이 국내 달러·유로화 거래 및 파생상품시장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조작된 고시환율에 근거해 유로·달러화를 거래한 기업의 경우 금전적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또 유로·달러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면 손실이 발생하는 파생상품 키코(KIKO)에 가입한 업체도 피해를 봤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공정위가 이들 은행의 환율조작 혐의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피해를 본 기업들의 소송전에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들 은행을 통해 키코 등 환헤지 상품에 가입한 8개 중소기업이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