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0.5%포인트 낮췄지만 투자와 소비 진작은커녕 채권금리가 올라가고 부동자금만 늘어나는 등 `금리정책`과 `시장`이 따로 놀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예금금리만 내리고 있을 뿐 대출금리(확정금리)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이자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콜금리를 연4.0%에서 3.75%로 0.25% 내린 후 11일 한때 4.20%까지 하락했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난 18일 4.47%로 마감, 콜금리 인하 직전보다 오히려 상승하는 등 시장이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들 역시 대표적인 예금상품인 정기예금과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등 예금금리를 0.1~0.3%포인트씩 일제히 인하하면서 8개 시중은행에서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단기예금을 중심으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 나갔다. 같은 기간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나 주식예탁금도 제자리 걸음이어서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부동산 등으로 이동하거나 투자처를 물색하는 대기성 자금으로 떠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내리면서도 대출금리인하는 검토조차 않고 있다. 시장금리(양도성예금증서 유통수익률 등)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소폭 떨어져 부동산으로의 쏠림현상을 부추기는 등 자금왜곡현상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들이 금리정책과 따로 놀면서 개인이나 기업의 소비나 투자유인 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미 지난 5월 콜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지만 지난 6월 중소기업대출은 2조2,000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쳐 5월(4조9,000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여윳돈이 많은 대기업들은 5~6월 두달 동안 대출 순상환액이 3조4,000억원으로 투자는 않고 빚을 갚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정책이 시장에서 `왕따`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투자위축은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 노사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인 만큼 금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진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금리인하의 혜택은 예금금리를 내린 은행만 누리고 자금의 부동화 현상만 키우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성화용,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