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가입 신채널 뜬다] 보험가입 `입맛대로`

서울 신사동에 사는 박모씨(38)는 2년 전 한 생보사 전문설계사를 만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뉴스가 자주 나왔고 만났던 설계사의 재정설계가 만족스러워 큰 고민 없이 계약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암보험도 하나 들었다. 휴대폰으로 걸려온 텔레마케터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보험료 부담도 월 3만~4만원 수준으로 부담이 없고 가입도 간편해 쉽게 결정했다. 박 씨는 올 겨울이나 내년초쯤 노후를 생각해 연금보험에도 하나 가입할 생각인데 이 때는 은행을 이용하려 한다. 어차피 가입할 거라면 자신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키 마니아인 박씨는 다음 달 스키장이 개장하면 가족과 함께 스키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고 출발 전에 인터넷으로 상해보험에 가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스키를 타다 골절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비가 만만치 않았다. 보험료 몇천원에 불과한 인터넷 스키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사고 뒤에 알고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험은 설계사를 만나야만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다양한 가입 방식이 생겨나면서 이제 고객들이 굳이 설계사를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보험사의 다양한 영업채널이 소비자들의 보험 가입 패턴까지 달라지게 한 것이다. ◇전화가입 급증 추세=전화로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은 이제 대중화 됐다. 보험사 텔레마케터들의 전화가 수시로 걸려 오기도 하고 어느 보험사나 영업을 위한 대표 전화번호가 있어 마음만 먹으로 전화 한 통화로 꽤 비싼 보험도 들 수 있다. 일찌감치 전화를 이용한 영업인 텔레마케팅(TM)을 시작한 보험사들은 TM영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40%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영업 채널로 자리 잡았다. 전화를 이용한 보험 가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동차보험이다. 보험료가 일반 자동차보험에 비해 15% 이상 싸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이 온라인자동차보험도 보상서비스 측면에서 손색없는 수준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 방카슈랑스 영업 활성화=지난 9월부터 은행 등 보험사 외의 금융회사 영업 창구에서도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시작됐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연금이나 저축성보험이 방카슈랑스 채널로 기대 이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일부 중견 보험사에서는 전체 보험료 수입의 절반을 넘을 정도. 오는 2005년4월부터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확대되고 은행간 경쟁이 본격화하면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도 훨씬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돼 방카슈랑스는 보험 영업의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 `설계사`는 가고 `전문 설계사`는 남는다=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설계사 조직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설계사들도 금융지식에 해박한 전문인력으로 변신해 `고급형 영업 채널`로의 탈바꿈을 서두르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전문 설계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는 보험상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종신보험이나 CI(Critical Illness)보험(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할 경우 사망보험금의 절반 가량을 미리 지급받아 치료비 등에 활용하는 상품), 변액보험(보험사의 운용수익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이 달라지는 상품)과 유니버설보험(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등은 세밀한 재정설계가 필요한 상품이다. 이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가 비싼 상품은 설계사를 만나 충분한 상담을 나눈 뒤 가입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손보사들도 만기가 길고 보장 내용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면서 전문설계사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ㆍ홈쇼핑도 부상=아직 고객에게 낯설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전체 매출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이나 홈쇼핑을 이용한 보험 가입도 새로운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20~30대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어 보험사들이 인터넷 영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은 홈쇼핑으로 건강보험을 판매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4년전 25만명에 이르던 생보사 설계사 수가 최근 14만명대로 10만명 이상 줄어든 것은 새로운 보험영업 채널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설계사는 보험료가 비싸고 재정설계가 필요한 상품을, 은행 등 방카슈랑스 채널은 연금과 저축성 보험을, TM이나 인터넷은 보험료가 싼 건강보험 위주로 판매하는 등 채널에 따라 판매하는 상품이 나눠질 것”이라며 “보험 소비자들도 원하는 보험상품에 맞는 보험가입 채널을 선택해야 더 싸고 더 편하게 보험가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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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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