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양적완화로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거품이 사상 최고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인 블랙스톤의 조셉 바라타 프라이빗에쿼티 글로벌 헤드는 최근 한 월가 회의에서 "우리는 역대 최고 수준인 신용버블의 한복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고수익채권 수익률은 사상 최저(채권가격 상승)"라며 "내가 업계에 몸담은 이래 처음 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닥터 둠' 마크 파버도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는 지난 27일 홍콩에서 막을 내린 한 투자포럼에서 "우리는 주식에서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막대한 자산거품에 빠져 있다"면서 "이제는 금융시장 전체가 버블이며 이 버블이 어떻게 터질지 감도 잡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50·1970년대는 전반적인 부채규모가 작아 버블이 터져도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었지만 지금은 실물경기에 비해 빚이 너무 많아 위기 발생시 전체 경제가 막심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같은 신용버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제시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부실위험이 높은 회사채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수익률이 5% 이하로 낮아졌다(채권값 상승)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로 정크본드 열기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JP모건이 집계하는 미국 고수익채권지수에 따르면 2000년대 이전 10% 이상을 유지했던 정크본드 평균수익률은 2003~2007년 한창 신용거품이 낄 당시 현재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도 커졌다.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며 'IT버블 2.0'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형편이다. 블룸버그가 계산한 페이스북의 주가 대비 수익률(P/E)은 228배, 링크드인은 704배가 넘는다.
5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양적완화 축소 구상을 드러낸 이래 정크본드 투자열기가 주춤하며 버블이 붕괴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등 미국 내 주요 은행이 현지 유통업체의 투기등급 채권 7억8,000만달러어치를 팔려고 나섰으나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 은행은 1억5,600만달러의 손해를 감수하고 6억2,400만달러로 다시 한번 매각을 시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