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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첨단 과학 신의 영역 들여다보다

■ 신의 흔적을 찾아서(바바라 해거티 지음, 김영사 펴냄)<br>기도와 병세호전 상관관계 연구 영적체험 다양한 실험으로 증명<br>신의 존재 유무 못밝혔지만 과학적 검증 시도에 큰 의미


간증의 사전적인 의미는 이렇다. '자신의 신앙생활에서 얻은 특별한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 흔히들 그런 광고는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종교와 신앙의 힘으로, 혹은 기도의 힘으로 불치병을 고치고 미래를 엿보고 신을 만난다. 대개는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은 전도의 한 방편이지만,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 방송업계 최고 권위의 '조지 포스터 피바디상', '해외언론인협회상', '헤드라이너상' 등을 받으며 취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저자는 섣불리 손대기 힘든 '영성' 혹은 '신의 존재'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과연 신이란 속임수이며 죽음의 두려움을 잊기 위한 방편일 뿐일까. 모든 신비와 초월적 경험은 그저 두뇌 속 화학물질과 유전적 요소 때문일까.


한 연구에 따르면 기도가 에이즈 말기 환자들의 병세 호전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국내에서도 시험관 수정에 나선 여성들이 기도를 받으면 임신 확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아무 소용이 없거나 나아가 더 나빠진다는 실험 결과도 많다. 어느 쪽이든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성에 대한 추구와 경험이 개개인의 '신 유전자' 때문이거나 두뇌 속의 화학물질이 만들어낸 허상은 아닐까. 그는 과학자들을 동원해 여러 가설들을 하나하나 증명해본다.

저자는 분명히 영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DNA 상의 작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 그리고 또 하나, 세로토닌 시스템도 언급한다. 영적 체험에서 세로토닌 수치의 변동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신경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뇌 속의 화학물질, 이를테면 조울증과 두려움, 사랑 등의 기분을 좌우하는 화학적 반응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이를 위해 실험 대상자에게 약물을 주입하고 뇌 스캐너를 통해 관찰해보니, 역시 관련성을 있으나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전자기파로 두뇌의 측두엽을 자극해주는 '신 헬멧' 실험도 시도한다. 측두엽을 자극하면 이론적으로 '비물질적인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머리를 다치거나 간질 같은 뇌의 역기능 상태에서, 지구의 자기장이나 '신 헬멧'에 의해서도 영적 체험이 촉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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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학적 실험에 더해 그는 많은 영적인 거장들, 임상체험 경험자들까지 만난다.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과학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지만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다. 사실 과학은 우주를 관장하고 생명을 창조한 존재와 공존할 수 있다"라고. 물리적 세계와 관찰 가능한 행동처럼, 과학자들은 그들이 측정 가능한 것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처음부터 결론내기 어려운 의문이요 숙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를 찾는다면, 영성이나 신의 존재에 대해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과학적 검증 시도를 끌어왔다는 점이다. 기대감이 컸다면 분명 실망할 수 있다. 결과가 모든 의구심과 갈증을 해소할 만큼 신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에 대한 주요 문제는 그것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을 신으로 부를 것이냐라는 개념정의 방식에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 우주를 바라보며 어떠한 지성 혹은 설계자를 인정하고 그 앞에서 경외감을 느낄 뿐이라고 표현했듯이. 1만4,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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