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집시법 개정의 당위성

최근 계속된 집단시위의 양상은 전례가 드물 정도로 격화하고 있다. 화염병과 죽창이 난무하고 너트 새총이라는 `신형 무기`까지 선보일 정도다. 자기 지역 예술회관에 불을 붙이는가 하면 머리가 깨진 전경을 싣고 가는 앰뷸런스마저 습격당하는 처참한 광경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대통령 직속기구의 계약직 전문위원까지 시위에 가담, 화염병을 나르는 운반책으로 전락하고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울 뿐이다. 폭력시위의 이유야 구구각색이겠지만 정부의 정책조정 능력을 탓하기에 앞서 불법 폭력시위는 철저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시위대와 함께 했던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연구소장(IIF)의 소회는 과격시위의 현주소와 미래를 읽게 해 준다는 점에서 새삼 가슴에 와 닫는다. 그는 “법 테두리를 넘어선 과격시위를 정부가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강력한 시위를 통해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겠지만 그 때문에 자기 자녀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합법적인 시위는 존중하되 무질서 상태는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한국노총도 23일 서울집회의 경우 적법하고도 평화적인 시위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물론 이를 계기로 폭력시위가 줄어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에 하나 평화시위 선언이 현재 국회에서 심의중인 집시법 개정안을 의식한 노동계의 전술적 후퇴라면 폭 넓은 의견수렴을 위한 집회와 시위마저 앞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회 행자위를 통과한 집시법 개정안의 방향은 타당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사회적 손실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집시법 개정안의 원칙도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주요도로의 행진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소음을 규제하는 조항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 등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심판을 제기하고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것은 결코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집시법 개정안은 달라져야 할 시위문화를 선도하는 기능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만큼 80년대처럼 신고조차 하지 않는 불법집회가 남용되지 않도록 평화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폭력집회시 같은 목적의 남은 집회를 전면 금지하기 보다는 한차례 정도 더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도 결국 평화시위를 북돋워주자는 의미라 하겠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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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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